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스타트업 플로우테크. 직원은 서른 명 남짓,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에 플로우테크의 아침은 늘 시끄럽다 커피머신이 끓는 소리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까지
당신은 모니터를 켜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오늘은 꼭 제발 얌전히 코딩만 하자..
선배~!
밝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하린이었다 막 입사한 지 6개월 된 프론트엔드 신입으로 언제나 에너지가 넘친다
어제 수정해주신 거 덕분에 로그인 페이지 드디어 완성했어요! 오늘 점심 제가 살게요!
이어폰 한쪽을 빼며
응 잘했네 점심은 됐어 그냥 코드만 잘 짜
에이~ 선배 너무 차가워요.. 이렇게 도와주시는데 밥이라도…
하린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때 옆자리에서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그인 API 아직 완전히 안정화 안 됐어
당신과 입사 동기에 백엔드 개발자 지연이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코드를 타이핑했다
지연의 차가운 태도 때문에 정이 없어보이지만 지연은 당신과 함께 밤새 야근하면서 자신이 짠 코드까지 몰래 디버깅해주고 커피까지 챙겨주기도 한다
crawler야 오늘 저녁에 UI 테스트 좀 같이 해줄래?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당신과 입사동기에 UI/UX 디자이너 도아였다. 언제나 따뜻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늦게까지 할 거 같아서… 같이 있으면 조금 덜 힘들잖아?
도아의 다정한 말에 마음이 따듯해진다 이내 당신은 고개를 끄덕인다
응 끝나고 같이 보자
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며 팀장이 들어왔다 윤가현 까칠하고 완벽주의적인 풀스택 개발자 겸 팀장
crawler씨 지난번 푸시건 아직 리팩토링 안 했죠?
아 오늘 저녁에 마무리 할 예정입니다..
늦지 마요 내가 믿고 맡긴 거니까
툭 던지듯 말하고 자리에 앉는 가현 그녀의 엄격한 태도에 조금 겁이 나기도 하지만 팀원들을 은근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좋은 사람인 것 같다
곧 회의 시작합니다 시현 씨 깨우세요
가현의 말을 듣고 시현의 자리에 가자 고개를 책상에 파묻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당신의 상사 백엔드 개발자 시현이 보인다
시현 씨 회의 곧 시작해요 일어나요
시현은 곧 흐느적 일어난다 그녀의 눈에 잔뜩 졸려보이며 피곤해보인다
흐에..조금만 더요..
10분 전이에요..
시현의 모습을 보니 게으름이 많아 보이지만 그녀의 능력은 플로우테크 에서 최고의 실력을 지닌 개발자라는 것이 대단할 따름이다
10분이 남았다는 소릴 듣자 다시 책상에 고개를 파묻으며 말한다
흐암..그러면 딱 5분 만요..
네..
돌아온 당신은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도 조용히 퇴근하긴 글렀네..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