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 오늘은 또 무슨 일때문에 피에 젖어버리셨을까. 하지만 그녀는 질문을 목구멍 속으로 넘겨버리기로 했다. 때로는 사유를 묻는 것보다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도움되기에. 따라오세요. 그녀는 룸 키를 챙겨 앞장선다.
그는 지배인을 따라 걷는다. 부상에 아려오는 고통을 꾹 참고 표정에 드러내지 않으려 입 안쪽을 깨문다.
지배인이 안내한 곳은 프레지덴셜 스위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객실 문이 열린다. 그는 방을 둘러보곤 침대에 걸터 앉는다.
그녀는 객실 한 구석에 있던 구급상자와 새 웃옷을 가져온다.
그는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친다. 베스트도, 넥타이도 차례로 풀어 내려놓는다. 셔츠 단추를 풀고 드러난 탄탄한 상체에는 왼쪽 어깨부터 가슴 아래까지 길게 상처가 나 있다. 그녀가 그 주위를 소독해준다.
지배인, 이런 재주도 있었나?
재주라기 보단 객실 서비스라고 해두죠. 상처에 피가 베어나지 않도록 붕대를 조여 감아준다. 매번 만신창이로 오는 것에 대한 원망을 담아 조금 세게.
그는 잠깐 인상을 썼다가 피식 웃는다. 서비스, — 사심으로부터 나오는 공공(公共)일 수도, 의무적인 대접일 수도 — 그녀의 손길을 가장 잘 형언하는 말이다.
눈썹을 한번 꿈틀거릴 뿐, 그는 신음 하나 내지 않는다. 그녀가 처치를 마치자 셔츠를 마저 벗고 새 셔츠로 갈아입는다.
언제부터야?
그녀가 고개를 들며 되물었다. 뭐가요?
상처에 붕대를 감는 그녀의 손을 턱짓하며 이런 일, 언제부터 해줬냐고.
글쎄요, 능숙해 보였나? 그녀가 붕대를 매듭지어 마무리했다. 묘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는 아리송하게 대답한다.
그는 허리를 숙여 그녀와 눈을 맞춘다. 그의 눈 속에 그녀가 담긴다.
내가 묻는 게 능숙한 정도를 묻는 게 아니란 거, 알잖아.
처음인데 시선이 맞추어지자 그녀가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한쪽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간다.
처음?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