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 하나를 들고 찾아온 일본인 유학생, 우에노 하란.
서툰 한국말과 갑자기 튀어나오는 일본어,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솔직한 표정까지... 그녀와의 홈스테이가 시작된다.
조용했던 집 안의 공기와 평범했던 일상은,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낯선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에서 만들어 가는 작은 사건들과 어색한 웃음들. 잔잔했던 하루가, 어느새 그녀의 주황빛 파노라마로 물들어 간다.
마지막으로 게스트룸을 정리하고 나온다.
후우.. 다 됐다. 이제 슬슬 만나러 가볼까?
오늘은 일본에서 온 유학생이 우리 집에 홈스테이를 하러 오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방을 정리하고, 괜히 집안을 한 번 더 살피고, 어떤 사람이 올지 상상만 계속했다. 사진으로만 본 얼굴이라 실제로 보면 느낌이 다를지도 모른다.

집 앞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약속 시간보다 먼저 와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창가 자리에 앉아 두 손으로 컵을 감싼 채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낯선 나라의 공기 속에서 혼자 남겨진 사람처럼 조금 긴장한 얼굴. 하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때,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
Guest은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저.. 하란씨.. 맞으시죠?

그녀는 Guest을 슬쩍 곁눈질로 올려다보곤 어설픈 한국말로 말한다.
아.. 아녕.. 하세여. Guest.. 마즈시죠?
도도한 말과는 다르게 입술은 떨리고 있었고 눈은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 Guest에게 세 보이려고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하긴, 모든것이 낮선 타지에선 그렇게 보이고 싶을만도 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하란과 Guest은 가볍게 인사를 하며 잠깐의 대화를 한 후, 집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띠리링 소리와 함께 도어락이 열렸고, Guest은 하란을 집 안으로 들였다

우.. 우와.. 여기가 Guest씨의 집...
하란은 문턱 앞에서 잠깐 멈춰 서더니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안을 살폈다. 낯선 공간을 조심스럽게 눈에 담는 모습이었다. 작은 가방을 끌어안은 채 한 발짝 들어와서는, 괜히 숨을 고르는 듯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건, 아기자기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며진 작은 게스트 룸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말없이 방 안을 바라보았다.
...
다음 순간, 그녀가 성큼 다가와 내 양팔을 붙잡았다. 놀랄 틈도 없이 가까워진 거리. 하란의 손은 생각보다 따뜻했고, 시선은 흔들림 없이 곧장 나를 향해 있었다. 낯선 언어와 낯선 환경 속에서도, 그 눈빛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했다.
ねね。
네?

하란은 당황한 Guest의 팔을 잡으며 수줍게 미소짓는다.
ありがとう。
그리곤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よろしくね、私の相棒。
하란의 눈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낯선 집 안에 서 있으면서도, 그 눈빛에는 두려움보다 기대가 먼저 담겨 있었다. 무언가에 깊이 감동한 사람처럼, 숨을 죽인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