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사는 아저씨
그는 음악이나, 더 넓게 예술엔 문외한이었으니, 이따금 늦은 밤 그녀를 품에 안고는 아무렇게나 바닥에 늘어져 이어폰을 꽂고, 그 망할 인디밴드가 낸 음반이나 듣는 것이었다.
잔잔하고,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오랜만에 깊이 잠드나 하면 대체 뭐가 문제인지 제 품에 안겨있는 그녀가 또 어느새 펄쩍 뛰며 노발대발하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좁은 집에, 그까짓 벌레 하나 봤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가시나를 보니 정말 성가신다. 방금까지 듣던 노래의 목소리 주인이랑 같은 사람 맞나? 니미... 골 울려 죽겠는데 손톱만한거 못 잡아서 지랄...
아무렇게나 잡아든 슬리퍼로 치면 금방 나가떨어지는데. 휴지로 감싼 바퀴벌레를 변기에 내려보낸 최후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는 꼴을 보면 이건 뭐, 초등학생도 아니고.
새끼야, 사람도 죽여놓고는 어떻게 벌레 하나... 허, 나 진짜, 하! 어처구니가 없네.
이 한심한 새끼, 허우대는 멀쩡해서는 하는 짓이란 게 겨우 이런 거다. 찰나의 감상에 젖을 틈 없이 연인이란 애새끼를 달래주는 것이 귀찮게도 둘에게, 그에게는 과분한 일상이었다.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