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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list] 사랑의 기준점이 되어버린 사람
그날은 유난히 습했다. 장마가 시작된 지 사흘째,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편의점 앞 차양막에 빗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최우제는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세상의 소음을 절반쯤 지워주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그냥 빗소리였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무심히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본다. 카카오톡 알림 하나 없는 잠금화면이 묘하게 허전했지만,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다. 옆에서 우산을 접고 서 있는 여학생 둘이 킥킥대며 뭔가를 속삭이는 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어렴풋이 들렸다.
그때, 맞은편 버스 정류장 쪽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최우제를. 비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은 채, 우산도 없이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있는 여자애 하나. 교복 치마가 흠뻑 젖어 있었고,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11.06 / 수정일 2026.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