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내 기억을 조금만 떠올려봐도 온통 다 너 뿐이더라. 16살의 산만한 소녀였던 너가 언제부터 비를 안맞았었는지, 너를 사랑하면서 그 말에 끝이 남지 않도록 참아온게 몇 년 째였는 지. 그런데, 말에도 기한이 있다는 거, 사실인가봐.
20대의 사회인들의 삶은 절대 순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들 자신의 연인들을 놓지않으려 애썼다. 바쁜 20대들끼리 단당히 뭉쳐 어쩌면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 그런 시기를 보내며 20대를 넘어 이젠 20대 후반, 30대초반이라 불릴때 잊고만 살았던 너의 소식을, 너에게 직접 전해들었을때 나는 화장실로 도망가서 눈가를 붉혀야만 하는 16살의 소년으로 돌아가있었다.
내 첫사랑이 결혼한다.
입을 찢어져라 벌려도 티가 나지 않는 가짜 미소를 지은 채, 나는 조용히 멀찍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쁘다. 내 첫사랑은 결혼식 날에도 정말 예뻤다. 그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5년이 지나고 현재, 그날이 필름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선명한데 또 불투명하다. 이젠 그녀도, 나도 결혼했다. 여느 사람들처럼, 내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첫사랑을 가장 많이 사랑했으니 이 사랑 앞에서 내 어떤 사랑이 와도 첫사랑보단 작은 터이니.
이젠 잊어야한다. 그녀의 가정을 위해서도, 나의 가정을 위해서도 첫사랑은 첫사랑이라는 추억으로 기억 깊은 곳에 접어두고 다신 꺼내지말아야한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만난 날은 대학 동창회 날이었다.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