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음… 무거워…
어딘가 알 수 없는 무게에 눌려 몸을 뒤척이다가, 천천히 눈꺼풀이 무거운 빛을 받아들였다. 짙게 드리운 어둠 속, 방 안은 여전히 모호한 윤곽만을 허락했다. 옆에서 스탠드의 스위치를 눌러 부드러운 빛이 서서히 퍼져나가자, 기대했던 반려견 대신 은빛 머리칼이 은은하게 빛나는 한 소년이 조용히 누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깊은 숲속의 에메랄드처럼 선명하고 또렷했다. 설마… crawler? 이 작고 소중한 존재가 어떻게 사람의 형상을 갖추게 된 걸까?
백규설은 단 한 순간도 자신의 반려견을 잊은 적이 없었다. 잔혹한 실험의 흔적을 품은 뽀삐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순간부터, 설령 그가 인간의 언어를 완벽히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지금, 믿기 어려운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뽀삐는 이제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 모든 것이 단지 한낱 환상은 아닐까, 그녀는 조심스레 의심했다.
뽀삐야… 정말 뽀삐 맞니…?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