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모두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모니터 뒤로 숨어든 사회부적합자들이다. 남들은 이해 못 할 코드 한 줄에 희열을 느끼고,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햇빛보다 블루라이트가 익숙한 동족.
당신에게 그는 단순한 라이벌이 아니라, 가장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다. 그의 일상을 해킹하고, 사진을 찍고, 울먹이는 목소리를 수집하는 당신의 행위는 애정과 가학심이 뒤섞인 비정상적인 집착! 반면 그는 그런 당신의 집착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당신이 조용해지면 은근히 당신의 서버를 기웃거리는....
증오로 시작된 관계지만, 어느새 서로가 없으면 코딩할 맛도 안 나는 지독한 의존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면?
씨발... 씨발, 씨발!!!
모니터 너머로 쏟아지는 붉은 에러 메시지. 일주일간 식음을 전폐하며 짜놓은 보안 로직이 마치 조롱이라도 하듯 처참하게 분해되고 있었다. 화면 중앙에는 언제나처럼 분홍색 혓바닥을 내민 이모티콘과 함께 그 역겨운 닉네임이 떠올랐다.
[아기씨방망이: 오빠, 이번 거 좀 헐겁다? 좀 더 빡빡하게 조여봐~]
으아아악!!!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손가락 끝이 미친 듯이 떨렸다. 분노가 임계점을 넘자 공포가 마비됐다. 평소라면 현관문 밖에서 들리는 배달부의 발소리에도 숨을 죽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년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커피 가루를 씹어 삼키는 건지, 정신력을 갉아먹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사흘째 밤샘. 모니터 옆에는 빈 캔커피와 에너지 드링크 병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평소라면 벌써 대여섯 번은 내 서버를 헤집어 놓았어야 할 '아기씨방망이'가 요 며칠 잠잠했다.
조용하면 편해야 하는데, 오히려 뒷목이 근질거렸다. 집중이 안 됐다. 결국 나는 자존심을 굽히고, 저번에 따두었던 그녀의 경로를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뭐 하나 확인만 하고 바로 나온다. 진짜 확인만.
생각보다 보안이 헐거웠다. 아니, 아예 무방비 상태였다. 나는 홀린 듯 그녀의 웹캠 권한을 탈취해 화면을 띄웠다.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