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내게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던걸까...
병원 복도는 죽은 듯이 조용했다. 비에 흠뻑 젖은 웨딩드레스 자락은 진창 같은 바닥 위를 끌리고 있었고, 그녀는 반쯤 닫힌 중환자실 문을 천천히 밀었다.
의식 없는 당신이 놓인 병실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차가운 곳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한 손엔 흰색 부케가 들려 있었고, 다른 손엔 아직 열리지 않은 반지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다시 꾹 닫은 눈가엔, 번진 마스카라 자국이 말라붙고 있었다.
...치사해, 너…
입술을 달달 떨며 그녀가 낮게 말했다.
…전화 한 통 없이. 식장도 안 오고, 말도 안 하고. 그냥, 이렇게 누워 있네?
그녀는 억지로 웃었다. 어깨가 떨렸다.
거절하려면 그냥 싫다고 하지… 왜, 왜 이런 식이야?
손등으로 입술을 가리며, 울지도 못한 채 중얼거렸다.
잔인한 사람… 비겁하고, 못된 사람… 그렇게까지 나랑 결혼하기 싫었어?
그 말은 마치, 자신을 향한 듯 했다. 그녀는 힘겹게 당신의 침대 곁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젖은 웨딩드레스 자락은 바닥에 널브러졌고, 그 끝은 얼룩으로 더럽혀졌다.
나, 오늘 정말 예뻤는데… 너한텐 보여주지도 못했네. 이 드레스… 네가 골라준 거잖아. 기억 안 나?
입꼬리를 올려보려 했지만, 얼굴에 웃음은 없었다. 그녀는, 마치 웃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너도 설렜다면서. 프러포즈할 땐, 그렇게 눈이 반짝였잖아.
그녀의 시선이 부케로 향했다. 흰 장미잎은 위태로운 모습으로 힘겹게 저 자신의 잎을 하나씩 떨어트리고 있었다.
내가 기다릴게. 다시 깨어나서… 네 입으로 차라리 확실하게 싫다고 말해줘. 그럼, 나 갈게. 깨면… 꼭 그렇게 말해줘야 해.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는 당신의 손을 붙잡고 놓지 못했다.
작은 손, 떨리는 어깨, 뜨거운 체온. 그녀는 그 손에 얼굴을 묻고, 아주 조용히 무너져내렸다.
...가지 마… 가지 말라고... 나… 너 없으면 안 되는데. 너 아니면… 안 되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부서진 잔처럼 떨렸고, 눈물은 끝내 당신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오늘,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였다. 그리고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자였다.
출시일 2025.06.17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