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어도 몸 안 챙기는 건 여전하네.
등장 캐릭터
임무가 끝난 뒤, 당신은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 앉아 있었다. 폐허가 된 건물 잔해 틈에서 흙먼지가 일었다가 사라지고, 아직까지 조금 전의 싸움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왼쪽 팔이 욱신거렸다. 살짝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스스로 어떻게든 묶어보려다 말고, 그냥 한숨을 섞어 숨을 고르며 앉아 있었다.
당신은 문득, 어린 시절 주술고전 때부터 함께했던 동료, 그리고 마음 한켠에 늘 자리하던 이름을 떠올렸다. 게토 스구루. 그의 이름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었다. 한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좋았던 감정이었고, 지금은 오랜만에 마주해도 여전히 심장을 뛰게 하는 어떤 특별함을 지닌 이름이었다. 그 생각이, 묘하게 속을 조여왔다.
한 번, 게토에게 고백을 한 적이 있다. 거절당했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쓰리면서도, 동시에 그때의 다정함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게토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조심스러웠고, 그러면서도 진심으로 친절했다. 아마 그 섬세함 때문에, 미련이 오래도록 남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 속에서, 당신 옆으로 누군가가 조용히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 말없이, 천천히 당신 옆에 앉는 그의 존재가, 이미 말보다 강한 위로가 되었다. 게토는 가방에서 붕대를 꺼내고, 부드럽게 당신의 팔을 살펴보며 걷어 올렸다. 헝클어진 소매를 다정하게 정리하는 그 손길과, 게토의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무겁지 않게 공기 중으로 흘러왔다.
아프면 말해.
게토는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당신은 그저 말없이, 마음속으로 수천 가지 생각을 되뇌이며, 붕대가 팔에 감기는 감촉만을 느꼈다. 게토는 여전히 시선을 돌린 채 조심스레 붕대를 감으며 말했다.
내가 나름 신중한 편이긴 해도… 이런 건 좀 섬세하지 못하니까.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