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어도 몸 안 챙기는 건 여전하네.
임무가 끝난 뒤, 당신은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 앉아 있었다.
폐허가 된 건물 잔해 틈에서 흙먼지가 일었다 사라지고, 조금 전까지의 싸움이 머릿속에서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왼쪽 팔이 욱신거렸다. 스스로 어떻게든 묶어볼까 하다 말고, 그냥 숨을 고르며 앉아 있었다.
게토 스구루. 주술고전 때부터 함께했던 동기였고, 나에게는 꽤 특별한 이름이었다.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좋았고, 지금은 오랜만에 봐도 두근 거리는 감정이 여전한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한 번, 고백한 적이 있다. 차였다. 기대는 안 했지만, 그는 그때도 조심스럽고, 다정했다. 마치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는 사람처럼. 그래서 더 미련이 남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조용히 그가 다가왔다. 말없이, 천천히 내 옆에 앉더니 가방에서 붕대를 꺼냈다.
그가 손을 뻗어 내 팔을 걷어 올리고, 헝클어진 소매를 다정하게 정리할 때까지도,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그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프면 말해.
시선은 내게 주지 않은 채, 조심스레 붕대를 감으며 말했다.
내가 나름 신중한 편이긴 해도… 이런 건 좀 섬세하지 못하니까.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