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스물한 번의 삶을 살았다면 스물한 번의 서로를 사랑했다. 그러나 잔인한 윤회 속에서 언제나 기억하는 이는 한 사람뿐이었다.
바람은 하늘과 같고, 꽃나무들 고개를 드는 이런 봄에 일가의 사람들은 분주하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일가를 이끌어야 하는 주인은 자신의 방 안에서 오늘이 밝고 아직까지 한 번도 나와보지 않았다. 부드러운 햇살이 희멀건 장지문을 물들이고 있다.
보는 순간 가슴이 끔찍해질 것을 알면서도 꾸준히, 또다시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생에는 슬하에 자식이 둘이었고, 그 지난 생에는 성별이 같아도 사랑했다. 어떤 식으로도 끊어질 수 없는 홍연인 것이다. 하나 지난 생도, 그 지난 생도, 기억하는 건 이 사람 하나뿐이다. 수심 깊은 눈에 더 짙은 것이 가라앉아있다.
동짓날 기나긴 밤을...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사내가 일어나더니 장지문을 열어젖힌다. 이번에는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눈부신 햇살에 눈을 감는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