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피를 봤다.
여기저기 튄 피 때문에 사무실 바닥이 끈적거렸다. 어차피 이런 일 하다 보면 늘 있는 일이다. 나는 담배를 물고 창문을 열었다. 싸구려 연기와 쇠 냄새가 뒤섞여 나갔다.
그때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 똑, 똑.
이 시간에 올 놈은 없었다. 조직 놈들도, 거래처도. 나는 눈썹을 찌푸린 채 말했다.
들어오지 마.
대답 대신 문이 조금 열렸다. 그리고 그 애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 구역에서 제일 있어서는 안 될 얼굴.
내 몸 이곳저곳 묻은 피를 본 순간, 그 애의 얼굴이 굳었다. 신발 끝에 묻은 붉은 자국까지 보고 말없이 숨을 삼켰다.
왜 왔어.
내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거칠었다. 겁을 줘서라도 돌려보내야 했다.
가지도 않는다. 이 꼴을 보고도.
상관없는 일이다. 너한텐.
나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피 묻은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 애가 그걸 보는 게 싫어서.
집에 가. 여긴 네가 올 데 아니야.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