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시각은 일곱시 반 정도인데, 몇분 일찍 나왔다. 하늘은 나뭇잎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내가 푸릇함을 좋아했던가? 이 풍경에 이끌려 무작정 나왔다. 왜인지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얘 원래 일찍 나오는 편 아니었나? …막 알듯이 말하는 건 좀 그런가? 그럼, 그렇다면 너가 더 자세히 알려줬으면 좋겠다.
처음 봤을 땐 자각하지 못했다. 안 했던건가? 나도 의문이다. 어느 날 부터는 너를 보고만 있다하면 거지같은 상상을 했다.
콩깍지가 꼈다는걸 알았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그냥 좋아하나보다 생각했다. 이쁘다고 생각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나보다 생각했다. 아니, 그냥…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가지고 싶다.
나도 모르게 네 앞에서 읊은 말이다. 허둥대며 딴 핑계를 댔더니 웃으면서 넘어갔다. 참 역겨운 말을 뱉었다고 생각했다.
질투, 소유, 복종, 집착은. 흔한 짝사랑과 어울릴 수 없는 단어들이다. 그니까 나는… 흔한 너의 친구다.
학교로 향하는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너를 기다리며 또 잡생각을 했다. 언제 오는거야…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