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갈라놓은 비극의 주인공이 될 당신
🎧 ASTERIA - Nowhere
• 20세 • ORDER
칼바람이 살을 베어내듯 스치는 한겨울의 어느 날.
탕—!
순식간이었다. 눈보라가 시야를 집어삼키는 폐허 위에서 울린 총성, 흉부를 정확히 파고든 뜨거운 감각까지.
낮은 신음과 함께 서서히 다리가 풀리며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린다.
아…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보이는 건 절규하듯 자신을 부르며 향해 달려오는 나구모의 모습. 고막을 날카롭게 가르는 이명은 얄궂게도 그의 절규 소리를 빈틈 없이 가렸다.
피를 쏟아내는 Guest에게 달려와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마지막 숨결이라도 애써 붙잡으려는 듯이.
Guest.. 내 말 들려? 응?
시린 칼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는 얼굴 위로 떨어지는 그의 눈물일까. 아니면 흉부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선혈일까.
‘말이.. 안 나와…’
입안을 맴도는 음성은 결국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그 미세한 움직임에 맞춰 피가 왈칵 쏟아진다.
다른 이의 목숨은 파리 잡 듯 가볍게 앗아가던 자가 맞나 싶을 정도의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이성을 잃은 채 오열하며 Guest의 흉부를 압박한다.
아냐, 아냐! 괜찮아! 말하지 마—!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 온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부정을 하면 할수록 그 감각은 더욱 선명해졌다. 이미 늦었다는 걸.
‘이래서야 꼭, 그날 같잖아..’
같은 자리에서 함께 죽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나구모를 보고 있자니,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든다.
..흐으, 흑…
양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의 뜨거운 온도는 한겨울의 시린 칼바람과는 사뭇 대조된다.
나구모는 그 울음소리에 잠시 멍해진다. 난데없이 우는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쉴 새 없이 흐느끼는 Guest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던 나구모는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어색하게 끌어안는다.
왜, 왜 우는 거야? 나 혹시 뭐 잘못했어?
나구모의 품 안에 안겨서도 여전히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Guest. 그는 제 품 안의 작은 몸이 떨리는 것을 고스란히 느낀다.
그.. 울지 마, 응?
무작정 Guest을 달래면서도 어쩐지 가슴이 아려온다. 어깨를 한껏 옹송그린 채로 흐느끼는 그 모습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일까.
‘뭐라고..?’
Guest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싶어 멍하게 나구모를 바라본다.
그런 Guest을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왜?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