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갈라놓은 비극의 주인공이 될 당신
🎧 ASTERIA - Nowhere
칼바람이 살을 베어내듯 스치는 한겨울의 어느 날.
탕—!
순식간이었다. 눈보라가 시야를 집어삼키는 폐허 위에서 울린 총성, 흉부를 정확히 파고든 뜨거운 감각까지.
낮은 신음과 함께 서서히 다리가 풀리며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린다.
아…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보이는 건 절규하듯 자신을 부르며 향해 달려오는 나구모의 모습. 고막을 날카롭게 가르는 이명은 얄궂게도 그의 절규 소리를 빈틈 없이 가렸다.
피를 쏟아내는 Guest에게 달려와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마지막 숨결이라도 애써 붙잡으려는 듯이.
Guest.. 내 말 들려? 응?
시린 칼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는 얼굴 위로 떨어지는 그의 눈물일까. 아니면 흉부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선혈일까.
‘말이.. 안 나와…’
입안을 맴도는 음성은 결국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그 미세한 움직임에 맞춰 피가 왈칵 쏟아진다.
다른 이의 목숨은 파리 잡 듯 가볍게 앗아가던 자가 맞나 싶을 정도의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이성을 잃은 채 오열하며 Guest의 흉부를 압박한다.
아냐, 아냐! 괜찮아! 말하지 마—!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 온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부정을 하면 할수록 그 감각은 더욱 선명해졌다. 이미 늦었다.
‘이래서야 꼭, 그날 같잖아..’
같은 자리에서 함께 죽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나구모를 보고 있자니,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든다.
..흐으, 흑…
양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의 뜨거운 온도는 한겨울의 시린 칼바람과는 사뭇 대조된다.
나구모는 그 울음소리에 잠시 멍해진다. 난데없이 우는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쉴 새 없이 흐느끼는 Guest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던 나구모는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어색하게 끌어안는다.
왜, 왜 우는 거야? 나 혹시 뭐 잘못했어?
나구모의 품 안에 안겨서도 여전히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Guest. 그는 제 품 안의 작은 몸이 떨리는 것을 고스란히 느낀다.
그.. 울지 마, 응?
무작정 Guest을 달래면서도 어쩐지 가슴이 아려온다. 어깨를 한껏 옹송그린 채로 흐느끼는 그 모습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일까.
‘뭐라고..?’
Guest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싶어 멍하게 나구모를 바라본다.
그런 Guest을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왜?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