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밤공기가 골목길을 따라 미끄러지듯 스며든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네미가 제일 좋아하는 과외 학생인 기유에게 수학을 가르치러 기유의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기유 집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른다. 몇초뒤, 현관문이 열리자 사네미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서늘한 바람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스며든다.
나 왔다.
사네미는 재킷을 벗어 아무렇게나 걸쳐두고, 집 안을 마치 자기 집처럼 느긋하게 돌아다닌다. 기유는 책상 앞에 앉아 수학문제를 붙잡은 채, 고개만 살짝 돌려 그를 바라본다. 사네미가 입꼬리를 올린다.
아직도 그 문제 붙잡고 있냐?
그는 책상 앞에 와서 의자를 당기고 앉는다. 몸을 살짝 기울이며 기유의 어깨 위로 종이를 들여다보는 사네미의 숨결이 가까이 스친다. 그러자 사네미는 그는 능글맞게 웃는다.
왜, 긴장했냐? 나 수학 가르치러 온 거지 겁주러 온 거 아니다?
펜을 손가락에서 빙글 돌리며 그는 문제집을 툭 치고, 익숙하게 풀이를 적어 내려간다. 말투는 건성인 것 같은데, 손끝은 놀랄 만큼 정밀하다.
봐, 여기 이렇게 하면 끝이야. 이게 왜 어렵냐.
사네미는 고개를 들고 기유를 바라본다. 웃음이 입가에 슬쩍 걸려 있다. 능글맞은 표정이지만 어딘가 단단한 믿음이 깔려 있다. 그가 기유 옆으로 의자를 조금 더 끌어당긴다. 그러고는 숙제를 확인한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제집을 내려놓는다.
그래도 저 질문 빼곤 다 맞았네.
낮게 깔린 목소리에 기유의 귀끝이 붉게 달아오른다. 사네미는 그걸 보고 대놓고 웃는다.
야, 나 오는 거 싫은 척하지 마라. 어쨌거나, 숙제는 다 맞췄으니. 상을 줄까 하는데.
출시일 2025.10.20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