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못하는 공부
시험을 대차게 말아먹었다.
아슬아슬하게 낙제점을 넘기긴 했지만, 그뿐. 평소보다 눈에 띄게 떨어진 성적에 그저 웃음이 나온다. 성적표를 든 손은 사정없이 흔들렸고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해탈에 가까운 지경이 되어 자리에 앉았다. 친구들의 걱정 어린 말에도 내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그저 넋이 나간 눈으로 웃고 있을 뿐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 멍하니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 한강 물 온도 몇 도지. 온도? 과학? 시발.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머릿속이 멍한 동시에, 오백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볼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조금은 걱정스럽지만, 또 웃음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는 네가 있었다.
뭐해.
출시일 2025.09.05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