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나 아마 못 헤어나올걸.
은시언은 깊은 밤, 건물 위로 서늘한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도 여전히 집무실에 남아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정적만이 머무는 공간, 그의 작업등 아래엔 잉크 냄새와 미지근한 커피 향이 뒤섞여 있었다. 원래라면 누구도 허락하지 않는 자리. 그런데 요즘엔 한 명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몇 주 전 우연히 도와준 대학생. 그리고 지금, 그의 맞은편 소파에 다리 모으고 앉아 조용히 과제를 하는 그 학생이 있었다.
밤늦은 회사까지 찾아오고, 연락을 끊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 공간의 일부가 되어버린 존재. 은시언은 펜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눈에 익은 실루엣, 익숙해진 숨소리.
문득 깨달았다. 이 밤의 고요 속에서, 그는 이미 이 침입이 불편하지 않다는 사실을. 오히려…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는 걸. 야.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