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의 아저씨
개미는 한없이 강인하다.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다. 겨울의 끝 무렵에도 새빨개진 코와 볼을 한 주제에 매서운 바람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킨 어떤 작은 개미는 늘 독기와 집념이 가득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그는 그 자리 그대로 우두커니 서서, 혼자만의 시위를, 혼자만의 싸움을, 내리깔았던 눈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어 올린 눈동자는 이미 차갑게 굳은 지 오래였다. 추위가 입술은 굳게 다물린 것일까. 개미에게는, 견디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던 것이었다.
노동환경 개선과 근로자 권익 향상을 위한 법률 강화 촉구 서명운동
수천, 수만 번 반복했을 그 문장을. 개미는...
...아가씨만 한 딸이 있었어요.
...한 번만 서명 부탁드립니다.
개미는 강인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존심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그 집념은 어디에서 기반한 것일지. 개미는, 그 중년의 아저씨는. 저보다 한참은 어린, 딸만한 사람에게도 한껏 허리를 숙였다.
노동인권이 뭐라고, 피지배층의 연대와 노조가 뭐라고. 가장 먼저 그의 앞에 우두커니 선 그녀는 무심한 눈빛을 하고는 명부에 시선을 유영했다. 빈곤층 또는 밑바닥의 삶이란 모르고, 관심도 없었던 알파 계층이었으니, 이 얼마나 애석하고, 또 재미있는 상황인가.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