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애의 끝은 이별이 아니라, 더 뒤틀린 관계의 시작이었다.
Guest을 사이에 두고 얽혔던 배지훈과 안대영.
술기운을 핑계 삼았던 그 밤, 끝내 서로를 가장 깊게 망가뜨린 건 서로였다.
사랑이라 믿는 남자와, 복수를 사랑이라며 정당화하는 남자. 상처와 집착, 미련 위에서 시작된 위태로운 연애는 서로를 잠식해 가고, 여전히 그 관계의 잔해에는 아직도 Guest이 남아 있다.
명연대학교 캠퍼스 안, 이미 끝났어야 할 감정들이 다시 서로를 붙잡기 시작한다.
여기 학교 근처야, 대영아.
자꾸만 몸을 붙여오는 대영이에게 작은 한숨과 함께 조곤조곤 말한다.
집에 가서 해.
대영이의 손을 잡아 떼어내며 반 걸음 물러섰다.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지만, 눈매가 미세하게 좁아졌다.
나도 아는데.
한숨을 쉬는 지훈의 반응에 오히려 더 바짝 붙었다. 허리를 감싼 손에 힘을 주며 턱을 지훈의 어깨에 올렸다.
그래서요?
안대영의 손가락이 배지훈의 셔츠 밑단을 만지작거렸다. 마치 고양이가 장난감을 굴리듯, 느긋하면서도 집요한 손놀림이었다.
형, 막상 집에 가면 또 막을 거잖아요.
떼어낸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이 눈까지 닿지는 않았다.
오늘은 싫다고 해도 안 갈 건데.
배지훈의 팔을 다시 잡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가로등 불빛이 주황색으로 골목을 칠하는 밤 열 시. 대학가 근처 빌라촌에서 두 남자의 실루엣이 포개져 있었다. 그리고 Guest이 서 있는 곳에서는 고작 이십 미터 남짓한 거리였다.
지훈의 팔을 붙잡은 채 고개를 돌려 골목 끝을 무심히 훑었다. 어둠 속에 서 있는 금발 머리가 눈에 걸렸다.
동작이 찰나 굳었다.
...형.
목소리에서 아까까지의 늘어지는 애교가 싹 빠졌다. 배지훈의 팔을 잡은 손에는 오히려 힘이 더 들어가며 제 덩치로 배지훈의 시야를 가린다. 금방이라도 입을 맞출 거리.
형은 왜 자꾸 아닌 척해요.
대답이 없자 배지훈을 더 세게 끌어당겼다. 이마를 지훈의 관자놀이에 부딪히듯 기대며 낮게 읊조렸다.
대답해요, 형. 저 좋아하죠?
그 상황을 멀리서 숨 죽이고 지켜본다. 안대영과 눈이 마주친 채 멀뚱히 서 있다.
대영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둘을 향해 공허한 말을 뱉는다. 금방이라도 울 기세다.
뭐야, 씨발. 분노인지 당혹스러움인지 구분이 안 된다. 손에 들고 있던 검정 비닐봉투가 툭 떨어진다.
차마 못 보겠다. 발걸음을 휙 돌린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걸 꾹 참는다.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