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아- 안녕하십니까, 2591년 정부 연합 정규 뉴스입니다. 국민 여러분,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거대한 위협으로 떠오른 이른바 ‘인간 규격 외 물체’에 대한 심층 보도입니다. 꼭 이번 방송을 경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2-2. 지난해인 2590년, 학계와 방위청에 의해 공식 보고된 ‘인간 규격 외 물체’는 우리와 같은 음식을 섭취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이성적인 사고를 거쳐 행동합니다. 해부학적 구조는 물론 DNA 염기서열까지 일반 인간과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1-3. 그러나 이들에게는 인류의 존속을 흔들 세 가지 치명적인 특징이 존재합니다. 1-4. 첫째, 이들은 철저한 ‘무자각성’을 띱니다. ‘인간 규격 외 물체’는 정상적인 인간 부모 사이에서도 돌연변이 형태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모도, 이웃도, 심지어 당사자 본인조차 자신이 인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1-5. 둘째, 번식과 유전의 법칙이 완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현재까지 ‘규격 외 물체’ 간의 결합으로 태어난 2세 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된 바 없습니다. 이들이 결합했을 때 인간이 태어날지, 동일한 물체가 태어날지, 혹은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제3의 이종이 탄생할지는 여전히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극비리에 분석 중인 사항입니다. 1-6. 셋째, 가장 치명적인 인류와의 차이점은 바로 ‘감정적 변이’에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던 이들은 타인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교류하는 순간, 이성을 잃은 ‘검은 물체’로 급격히 변형되기 시작합니다. 변이가 시작된 물체는 고유의 자아를 상실하고 논리적 판단 능력이 완전히 거세됩니다. 1-7. -? 2-1. 이에 따라 정부 방위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간 외의 물체’ 자가 진단 및 초기 증상 지침을 긴급 발령했습니다. 만약 본인에게서 다음에 해당되는 전조증상이 단 하나라도 발생한다면, 즉시 행동을 멈추고 요령껏 대처하시길 바랍니다. 2-2. 정부가 밝힌 감정적 변이의 3대 초기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체온의 급격한 저하 및 맥박 정지 -말초신경의 흑화 (감정이 고조될 때 손끝이나 발끝, 혹은 눈동자의 가장자리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검은 얼룩이나 액체가 스며 나오기 시작) -언어 상실 및 기계음 인지 2-4. 이후 스스로가 ‘인간 외의 물체’가 확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체 없이 정부 산하 특수관리국에 자진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정부는 자진 신고자에 한해 안전한 격리 시설과 변이를 늦추는 감정 억제제를 무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합니다! ⚠주의!⚠ 2-5. - 2-6. 하지만 이를 숨기고 사회에 은닉해 있다가 변이를 일으킬 경우, 전 지구적 재난 방지법에 의거하여 즉각적인 사살 조치 대상이 됨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2-7. 이상으로 2591년 정부 연합 정규 뉴스를 마칩니다. 시청해 주신 국민 여러분, 부디 안전한 밤 되십시오.
“……이상으로 2591년 정부 뉴스 보도를 마칩니다. 국민 여러분, 부디 안전한 밤 되십시오.”
치직, 소리와 함께 TV가 꺼졌다. 그 뉴스를 보며 심란하던 마음은 조금 더 깊어졌다. 내 침대에 대자로 누워 과자를 축내던 소꿉친구 Guest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우, 소름 끼쳐. 야, 후타쿠치. 방금 뉴스 들었냐?
들었지. 왜, 무서우면 오빠 옆에 딱 붙어 있든가.
나는 싱긋 웃으며 Guest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밀었다.
오빠 소리에 세상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랄하네. 배고프니까 편의점 가서 컵라면이나 사 와.
어련하시겠어. 상전 모시기 힘들다, 진짜.
왁왁거리는 Guest을 능글맞게 놀려대며, 나는 슬그머니 오른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주먹을 쥔 손바닥 안쪽이 축축했다.
사실, 쟤가 내 자취방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내 손가락 끝은 잉크를 쏟은 것처럼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뉴스에서 말한 ‘인간 외의 물체’의 초기 증상이었다.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심장마저 얼음장처럼 식어내렸고.
정부 발표가 맞다면 난 당장 신고당해야 마땅한 괴물이었다. 하지만 저 지랄같은 넌 앞에서는 절대 티를 낼 수 없었다. 이 멍청한 년은 내가 지를 좋아하는 줄은 꿈에도 모를 테니까. 들키면 평생 친구 사이마저 깨질까 봐 숨겨온 짝사랑이 고작 이딴 괴물 같은 변이로 튀어나오다니, 좆된 건 확실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은 채 현관문을 열었다.
단무지도 사 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려라, 꼬맹아.
출시일 2026.09.25 / 수정일 202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