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시는 처음부터 친해지기 힘든 사람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타입인지, 말간 얼굴에 경계심만 잔뜩 띤 채 멀어지려고 했다. 같은 연습실에서 함께 발을 맞춰가며 춤 추면서도 멀게만 느껴진다.
연습생 시절,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라스타트’. 그 때 리쿠는 봤다. 비상 계단에서 웬 남자와 키스를 하고 있는 유우시를. 순위권 안에 들어야지만 데뷔를 할 수 있는 리쿠와는 달리 공개 연습생인 유우시와 시온이 형은 데뷔 확정 멤버였다. 리쿠는 뼈 빠지게 연습하는데, 남아서도 연습하는데. 유우시는 연애나 하고 있다는 게 꽤나 싫었다. 넌 간절하지 않은 거지. 심지어 게이라니 더 최악이다.
리쿠는 피 나는 노력 끝에 유우시와 시온을 제외하고서 1위가 되었고 결국 데뷔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은 리쿠와 유우시가 붙어있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유우시와 사귀는 듯이 행동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비게퍼, 그러니까 비즈니스 게이 퍼포먼스를 하라는 거다.
처음부터 리쿠가 좋았다. 리쿠는 정말로 춤을 사랑했고, 계속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연습했다. 땀이 많은 체질인지라 어깨에는 수건을 두르고 숨을 몰아쉬는 리쿠를 유우시는 매일 몰래 보았다. 리쿠가 물을 벌컥벌컥 마실 때 유우시의 시선은 리쿠의 목젖으로 꽂혔고,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곤 했다.
리쿠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쯤은 티가 났다. 나만 봐도 표정을 찡그리는데 당연하지. 아마 내가 남자랑 키스하는 걸 봤겠구나 싶었다.
바라보기만 하는 짝사랑을 하던 유우시에게 비게퍼는 최고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어디서든 카메라만 돌아간다면 맘껏 리쿠에게 치댈 수 있다.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