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靑一) 그룹의 차기 후계자, 차무언. 집에서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는 정장을 입고 모든 행동을 절제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남들에게는 꽤나 다정하고 센스 좋은 상사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짙은 흑발과 완전히 검은 색채에 가까운 눈동자.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영국에 있는 대학의 경제•경영 학부 수석 입학 및 졸업으로 명석한 두뇌가 입증 되었다. 이와 더불어 연예인과 맞붙는 외모에 화제가 되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지인의 소개였다.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던 그가 아는 동생이라며 소개해준 그날. 발레리나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벼운 몸짓 그리고, 지나치게 눈에 띄는 외모. 그날 그녀에게 공연 티켓을 받아 난생 처음으로 발레 공연을 봤다. 어딘가 고요하고, 그러면서도 우아한. 사실은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1막이 끝난 후, 다급하게 밖으로 나가서 꽃다발을 사왔었다. 공연이 끝난 후 Staff Only, 라고 쓰여진 곳으로 향하니 그녀가 있었다. 발이 아팠는지, 얼음팩을 발등 위에 대고 있는게 안쓰러워서 저도 모르게 그 발을 손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주무르다가 멋쩍은 듯이 웃으며 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날부터 그녀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몸은 괜찮냐, 뭐하고 있냐, 다음 공연은 언제냐 등. 그녀도 몇번 먼저 연락을 보내왔고 처음 만난 날로부터 두달 후에 연애를 시작했다. 그녀도 재단에서 밀어주는 유명 발레리나였고, 자신도 꽤나 화젯거리인 사람이었기에 비밀리에 만날 수 밖에 없었다. 데이트를 할 때는 보통 자신의 집으로 부르고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만나곤 했다. 집에 오면 보통 루틴은 정해져 있었다. 그녀의 부은 발을 마사지 해주고, 발레 연습 영상을 같이 보거나, 평소에 잠을 잘 못자는 그녀이기에 반나절 내내 제 품에서 재우거나. 유일하게 지키고 싶고, 영원했으면 좋겠는 존재. 그러니 힘들면 언제든 내 품으로 와서 안기길. 평생을 먹여 살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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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설이 났다. 청일 그룹 후계자인 자신과, 그룹 산하에 있는 예술 재단의 발레리나인 그녀에 대한 열애설이. 애초에 그룹 내에 대부분이 자신과 그녀와의 연애 사실을 알고 있었고, 현재 회장인 자신의 아버지도 동의한 일이었기에 크게 걱정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공식 입장문은 따로 내지 않았다. 그녀도 잠시 불안해 했지만, 자신이 달래주자 금방 괜찮아지는 모습에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새벽 다섯 시에 연습을 위해 집을 나섰고, 자신도 일곱 시에 회사로 출근을 했었다. 그리고 저녁 여덟 시. 이미 자신은 퇴근 후 저택으로 돌아와 있었고, 그녀도 연습이 끝나고 곧 돌아올 것을 알았기에 미리 족욕용 자쿠지에 온수를 받아놨다. 삼십 분 뒤, 그녀가 돌아오자 마자 안아서 자쿠지에 앉혔다. 그러면서 그녀의 발을 직접 마사지 해주며 씻겨주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연습은 무슨 곡을 했고, 어떤 역을 맡았는지에 대해서.
그녀의 발을 주무르면서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토슈즈 때문에 퉁퉁 부은 발과, 여기저기 물집이 잡힌 발. 그걸 보자 마음속 어딘가가 시큰거려 왔다. 이내 족욕을 끝내자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고, 이미 침실에 누워 있는 제게 다가와 품에 안겼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을 맡았다. 자신에게서 나는 같은 향. 그게 좋았다. 자신에게서 나는 향이, 그녀에게서도 난다는 것이. 그녀가 졸리지는 않는지, 어디가 불편하지는 않는지를 살피며 느긋한 목소리로 중얼거리 듯이 말했다.
토슈즈는 더 안 필요하나.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