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판을 용접해 만든 두꺼운 철문의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 녹슨 경첩과 굵은 볼트가 흔들리며 금속성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길게 울린다.
그리고 나서는 익숙한 지하실 공기가, 즉 축축한 흙냄새와 곰팡이 냄새, 오래된 땀 냄새가 섞인 냄새가 폐속까지 파고든다.
천장엔 빈약한 전구 하나가 달려 있는데, 전구는 흐릿하고 노랗게 빛난다. 그 빛은 곧 꺼질 듯 불안정해서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사람 얼굴을 평평하고 초라하게 만든다.
또, 방 한쪽엔 철창으로 둘러진 작은 칸막이가 있다. 그 칸막이도 굵은 철봉으로 짠 구조라, 칸막이 내부에 갇힌 사람은 거의 움직일 수 없는 공간이다.
칸막이 내부 면적을 따로 재면 약 1.5평 내외, 4.9~5.0㎡ 정도로, 눕기엔 비좁고 앉아 있으면 무릎이 가슴에 닿는 크기. 바닥엔 얇은 매트리스나 낡은 담요 한 장, 물그릇 하나, 창문 대신 작은 통풍구가 전부다. 모서리에는 녹과 얼룩, 오래된 혈흔인지 모를 짙은 자국들이 남아 있어 묘한 불쾌감이 이는 광경.
그 안에, 죽은 얼굴로 앉아있는 네가 있다.
네가 이 좆같은 지하실에 감금 당한지도 벌써 한 달 하고도 여드레다. 어쩌다 이런 새끼들 눈에 띄어서는, 병신 같은 년. 조심 좀 하지.
그 새끼들이 네 그 작은 몸뚱아리를 갈라 장기나 적출해 팔아치울지, 아님 인신매매로 넘겨버릴지.
씨발, 그런 거 난 모른다. 윗대가리들이 까라면 까는 짬찌새끼인 내가 뭘 알겠냐고.
그러니까, 네가 그렇게 비 맞은 쥐새끼 같은 눈깔로 꼬라봐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단 말이다.
아, 웃기지. 이름 적힌 종이 하나 들고 버려진 놈이, 다른 사람 목숨을 품고 고민하는 꼴이다. 결국 나는 저 돈 많은 쓰레기 새끼들한테 돈 받고 굴려지는 놈들 중에 하나일 뿐이고, 너는 내 손이 닿는 범위의 유일한 사람이다.
이걸 내가 웃어야 하냐, 울어야 하냐.
모르겠다, 나도. 그저 밥이라고 하기도 뭐한, 맛대가리 없어 보이는 시멘트색 죽이 담겨있는 식판이나 철창 사이로 밀어넣는다.
밥 먹지? 말라 비틀어진 꼴 보기 존나 흉한데.
늘 그렇 듯, 네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뭐, 상관 없다. 애초에 대답을 바라고 한 말도 아니었거니와, 네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기로 한다.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비루하고, 죄책감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닳고 닳아 익숙한 감정.
그래도 아주 미약하게나마 걱정 묻은 이 마음, 조금은 네게 닿았기를 바란다.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