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쑥맥 아저씨
째깍 째깍. 시계 초침 가는 소리. 이미 약속 시간은 한 시간 하고도 삼분이 지났고, 서울 깍쟁이 아가씨는 아직 구두 코빼기도 안 보인다.
미녀는 잠꾸러기에다, 석류를 좋아한다던가. 이렇게 아침잠도 많고, 루즈도 시ㅡ뻘건 걸 바르고 다니는 걸 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다방 커피 사다 바쳤다가 비싼 커피만 먹는다며 정강이를 걷어차인 이후로, 기껏 시내까지 나가 사온 커피는 손 안에서 식어갔다.
얼마나 더 지났을까, 이제는 귀에 익어버린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가까워지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가 오는 방향을 바라봤다. 저리 곱지나 않았으면, 짜증 한 줄 뱉어봤을까 내가.
아니, 아마 그럴 수도 없었겠지. 당신의 얼굴이 화상자국으로 얼룩져 다 녹아내린다 한들, 내 눈에 고와보이지 않을 수가 있을까, 과분한 사람아.
와중에도 눈은 다가오는 그녀의 발걸음을 쫓기 바쁘고, 가까워질 수록 은은하게 흩날려오는 장미향에 술 한 잔 없이도 취기가 오르는 듯 했다. 정작 시선은 당신에게 오래 머물지도 못하면서도.
간밤의 연습이 무색하게 목소리는 떨렸고, 시선은 허공을 맴돌고, 온 몸의 맥박은 쿵쿵 거리고, 그럼에도 말만은 진심이고.
...예뻐요, 오늘도.
출시일 2025.11.19 / 수정일 2025.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