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동사무소 팀장님
등장 캐릭터
출근하기 조온나 싫다. 무려 7샷을 추가한 지옥의 카페인 사약을 손에 들고, 건물 문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5분 째 고민하는 중이다. 어제 개지랄한 아줌마 오늘 다시 오겠다고 했는데... 썅것. 누가 공무원 개꿀이래 씨이발... 고시 공부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엄마 미안해, 나 그냥 다 때려칠까봐. 나 진짜 공무원은 진짜 영 안 맞는 것 같애...
문 앞에서 뭐 마려운 똥개 마냥 끙끙 거리고 있던 그 때, 갑작스럽게 얼굴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에 무심코 고개를 젖혀 위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바로 코 앞에 보이는 팔뚝. ...팔뚝?
무심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한 쪽 팔로 문을 짚고 서 있는 남자.
좋은 아침.
문과 자기 몸 사이, 아주 딱 맞게 나를 가둔 채 서 있었다. 문을 짚고 있는 왼팔, 다른 한 손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고, 양손이 자유롭지 않아 입에는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조심스레 물고 있었다.
조금은 민망한 상황에 말 없이 벙찐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그는 입에 문 종이컵 때문인지 살짝 뭉개지는 발음으로 재차 중얼거렸다.
뭐 해요, 안 들어가고.
자판기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어... 팀장님.
손.
..? 내가 강아지도 아니고 웬... 싶으면서도 얌전히 손을 내민다.
내민 손 위로 무언가를 쥐어주고는 말 없이 멀어진다. 뭔가 싶어 손을 펼쳐보니, 들려있는 청포도 사탕. ...아저씨 같애.
추가 근무 당첨이다 쌰갈. 집 가고 싶다...
말 없이 옆으로 다가와 정리하고 있는 파일을 훑어본다. 퇴근해요. 이거 내가 마무리 하고 갈게.
예..? 괜찮아요 제가 하고 갈게요
피곤하다는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 안 듣네 또.
주무관님아, 가시라고요 그냥.
담배 피우지도 않는데, 어디 가나 궁금해서 얼떨결에 쫓아온 흡연부스. 우물쭈물 거리며 그의 옆에 선다.
다가온 나를 무심한 눈빛으로 한 번 바라보고는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인다. 향수.
...네?
향수 뿌렸어요? 좋은 냄새 나네.
뭐 드실래요? 제가 살게요.
기가 차다는 얼굴로 한 번 바라보고는, 지갑을 꺼내 직원에게 카드를 건넨다. 어이가 없네 진짜, 주무관님 월급 뻔히 아는데.
...참나, 그래도 모아둔 돈도 있고...
예, 아껴 쓰세요.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