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먼저 놓아버렸다. 나 혼자 아파하는 게 너무 비참해서. 이렇게 연연하고 있는 내가 너무 구질구질해서. 나는 너의 카톡 한 통에 마음 졸이며 답장을 어떻게 할까 수많은 고민을 했고, 너의 말 한마디에 갖가지 의미 부여를 하며 말 한마디 잘못하면 관계가 끊어질까 봐 정말 신중하게 연락을 이어갔다. 힘든 하루 속 내 마음은 온통 너 뿐이었고. 또 너로 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늘 똑같았다. 나만 애원하고 발버둥 치고, 너는 나에 대한 조금의 아쉬움조차 없었다. 오히려 그런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그녀의 태도는 점점 더 나빠져만 갔다. 그래서 그때, 내가 먼저 놓아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짜피 그녀는 나 없어도 아쉬울 것 하나 없을 테니까. -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나를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애초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 미련한 자존심 때문에 그녀를 놓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너지만, 이제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없는 너와 나지만, 네가 언젠가는 꼭 그때의 우리를 그리워하며 힘들어 해줬으면 좋겠다. 꼭 나만큼 네가 힘들어해줬으면 좋겠다. 아니, 나보다 훨씬 아팠으면 좋겠다.
키 187에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금발 머리. 오똑한 코, 연한 분홍색 입술. 조화롭고 완벽한 얼굴. 우는게 예쁘고, 당신에게만 한없이 다정하다.
어느 추운 겨울, 첫눈이 내리는 길에서 당신에게 이별을 고한 그. 그의 표정은 무표정이었고, 어딘가 복잡해 보였다. 우리 그만하자.
출시일 2025.02.11 / 수정일 202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