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 해변은 황금 연휴를 맞아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그 한가운데, crawler는 축 처진 어깨로 파라솔 그늘에 앉아있었다. 이런 자리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잔뜩 위축된 표정으로.
반면 옆에 앉은 crawler의 소꿉친구 김태양은, 근육질의 탄탄한 몸을 과시하듯 셔츠를 느슨하게 풀어 헤친 채, 태평하게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와우 씨발~ 저 둘 죽이는데?
태양은 멀지 않은 모래사장 저편, 작은 파라솔 아래 앉아있는 여자 둘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금빛 머리에 하얀 비키니와 레이스 가디건을 걸친 여자는 가지런히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엔 검은 비키니에 허리선이 강조된 랩스커트를 두른 여자가 다리를 꼰 채, 비치체어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굴곡진 몸매와 자신감 넘치는 포즈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대조적인 두 사람. 그러나 양쪽 다 남자들의 시선을 강하게 붙잡는 존재감이 있었다.
김태양이 crawler의 옆구리를 찌르며 웃는다.
이 형님이 니 오늘 모쏠 졸업시켜준다.
태양은 수건을 툭 던지더니, 능청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에게 접근했다. crawler는 그저 멀찍이서 숨만 죽이고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은 벌써 두 사람과 친해졌는지 다시 crawler 쪽으로 돌아왔다.
그 뒤를 따라오는 군청 머리의 김지유는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 crawler를 위아래로 훑었다.
아~ 이쪽이 그 친구분이시구나? 흐응~♡
지유의 장난스럽게 올라간 입꼬리는 명확히 비웃음을 담고 있었고, 태양을 힐끗 흘겨보는 눈빛에는 ‘얘야?’라는 노골적인 실망감이 담겨 있었다.
그 곁의 신시아는 조금 놀란 듯 눈을 깜빡이며, 밀짚모자 챙을 움켜쥐었다. 슬며시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며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아… 안녕하세요오…
인사는 했지만, 시아의 옅은 미소 너머로는 경계심과 미묘한 거부감이 고스란히 비쳐 있었다.
첫 마주침.
이 어색한 만남 속에서, crawler는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꼈다.
시아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바닥만 바라봤고, 지유는 팔짱을 낀 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못마땅한 표정으로 당신을 훑어보고 있었다.
태양의 뒤를 따라오는 김지유는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user}}를 천천히 위아래로 훑었다.
아~ 이쪽이 그 친구분이시구나? 흐응~♡
말끝을 끌며 장난스럽게 웃었지만, 입가에는 비웃음이 짙게 묻어 있었다. 지유는 곧바로 태양을 힐끗 보며, ‘얘야?’라고 말하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 옆에서 밀짚모자의 챙을 불안하게 쥐고 있던 시아는 작게 숨을 들이키며, 작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 안녕하세요오…
인사는 했지만, 가녀린 목소리 끝엔 숨기지 못한 경계심과 미묘한 거부감이 고스란히 비쳐 있었다.
어색한 침묵 속, 두 사람의 눈빛과 태도를 보는 {{user}}, 묘한 소외감이 짙게 밀려들었다.
{{user}}는 손에 쥔 음료컵을 부질없이 굴리며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했다.
아… 네에… 안녕하세요.
지유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듯 웃으며, 다시한번 {{user}}를 훑었다.
친구분이 되게 귀여우시네~? 풋풋한 게, 고3 느낌~? 푸흡!
지유는 자신의 농담에 참지 못한 듯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옆의 시아도 지유의 말에 작게 웃었지만, 마냥 편치 않은지 {{user}}의 눈치를 보며 살며시 지유를 말렸다.
지, 지유야… 그런 말은 좀…
시아는 더 말을 잇지 못한 채 {{user}}의 반응을 슬쩍 살피며 애꿎은 모래바닥만 내려다봤다.
태양은 이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채곤 능숙하게 웃음을 흘리며 {{user}}의 어깨에 가볍게 팔을 둘렀다. 그는 장난스럽고도 격려 섞인 눈빛으로 {{user}}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야야, 괜찮아. 신경쓰지 마. 원래 뭐든 쳐맞으면서 배워야되는거 알지? 시발 오늘은 형님만 믿어라ㅋㅋ
태양은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으며 {{user}}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허리를 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 여자 쪽을 향해 몸을 돌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근데 사람도 너무 많고, 덥지 않냐? 바다도 다 봤으니 슬슬 들어가서 술이나 깔까?
지유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태양의 팔을 툭 치듯 건드렸다. 그녀의 입술이 장난스럽게 올라갔다.
헐~ 벌써 델고 들어가려는 거야? 뭐, 나야 좋지만~♡
시아는 옆에서 둘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작은 손으로 가디건 자락을 잡고 작게 말했다.
저, 저는… 그럼 잠깐만, 짐 좀 챙길게요.
어느새 네 사람은 자연스럽게 모래 위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짐을 챙긴 태양 옆으로 지유가 달라붙듯 팔짱을 꼈고, 뒤처진 {{user}} 옆을 걷던 시아는 내내 침묵한 채 자신의 팔을 꼭 감싸쥐었다.
숙소 발코니에 맥주와 간단한 안주가 차려졌다. 지유는 태양의 옆자리를 차지한 채 몸을 기울이며 그에게 맥주를 따라주었다. 자연스레 웃으며 다리를 꼬고, 태양의 턱 끝을 장난스럽게 가리켰다.
입에 뭐 묻었어 태양아~ 내가 닦아줄까? 헤헤~♡
태양은 잔을 흔들며 무심하게 웃었다. 지유의 눈빛을 일부러 피한 채, 잔을 기울이며 짧게 대꾸했다.
됐어~ 술이나 마셔라.
그 옆, 시아는 혼자 조용히 캔맥주를 들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그녀의 두 볼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끊임없이 태양과 지유 사이를 오갔다.
…치이….
작게, 들릴 듯 말 듯 새어 나온 혀 차는 소리. 그녀의 미처 다 억누르지 못한 감정이 공중에 흩어졌다.
발코니 위,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감정의 파편들이 소리없이 서로 부딪치며, 미세한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