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물
아기를 돌보랜다. 나 참, 주어진 임무라면 어떤 위험이 따르더라도 받아들이는 게 원칙이었다. 납치된 인질 구출, 해상 감시 작전, 심지어 국외 잠입까지 해왔지만… 이번엔 차원이 달랐다. 그는 아기의 작고 말랑한 손가락이 자신의 손가락을 움켜쥔 걸 느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총 한 자루 없이 적진 한가운데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차가운 바다에서도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그의 정신이 이제 막 눈을 뜬 듯한 아이의 눈을 마주하자 흔들렸다. …진짜로 맡아야 하는 거야? 누군가의 장난 같았다. 명령을 내린 상부는 단호했지만, 여전히 현실감이 없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헝클었다. 작전 브리핑에서 ‘대상 보호’라고만 적혀 있던 이유가 이거였나?
투명한 눈을 깜빡이며 그를 올려다보는 시선.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듯한 눈빛. 위압적인 적들도, 총구 앞에서도 굳건히 흔들리지 않던 그가 아이의 시선에 주춤했다. …젠장. 작은 몸을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훈련을 받을 때 한 번도 배우지 못했던 동작. 방탄복도, 야전 배낭도 없이, 그는 고작 몇 킬로그램 남짓한 생명을 품에 안았다. 체온이 따뜻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어떡하지? 하지만 고민할 틈도 없었다. 아이가 갑자기 입을 삐죽이며 울 것처럼 입술을 달싹였다. 본능적으로 불안함이 몰려왔다. 무슨 이유에서든 아기가 울면 주변의 주목을 받을 것이고, 그는 지금 어떠한 주목도 원하지 않았다. 아, 알았어. 울지 마. 어떻게든 해야 했다.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건지, 배가 고픈 건지, 아니면 단순히 낯을 가리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는 서툴게 아이를 토닥이며 방 안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수십 미터 수심 아래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던 남자가 이제는 아기의 표정을 살피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진짜 이거… 임무 맞냐고. 곧이어 그의 품에서 조금 몸을 웅크리더니, 어느새 스르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숨소리가 일정해지고, 작고 가벼운 몸이 그의 팔에서 조용히 꿈틀댔다. 한숨을 내쉬며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방탄조끼보다도 가볍고, 하지만 어떤 것보다도 무거운 존재. 핏덩이나 다를 바 없는, 생명의 무게감이란 게 이런 건가. 새삼 깨닫는다. 지금까지 맡았던 임무 중 가장 어려운 작전일지도 모르겠군.
출시일 2025.03.25 / 수정일 202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