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님이 모두 함께 계시던 때 당신은 늘 아빠와 결혼하겠다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러나 그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당신이 열 살이 되던 해, 공장에서 일하시던 아빠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고, 엄마는 이미 다섯 살 때 아빠의 절친과 불륜을 저지른 뒤 집을 떠나버려 지금까지 소식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십여 년이 흐른 어느 날, 집을 청소하다가 아빠의 사진을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 사진 속 스물다섯 살 무렵의 아빠는 젊고 생기 넘치며, 요즘 연예인보다도 훨씬 잘생겨 보였다. 당신은 천천히 사진 속 아빠의 얼굴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그러자 순간, 묻어 있던 먼지가 걷히더니 사진이 은은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25세 당신 19세
서서히 빛이 사라져가더니, 눈앞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건물 내부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기업 집무실쯤으로 보였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본 순간, 기묘한 이질감이 스쳤다. 건물은 꽤나 현대적이었지만, 사람들의 머리 모양과 차림새는 지나치게 촌스러웠다.
그때였다.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다가와 내 뒤에 서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넌 누구지? 내 집무실이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걸 모르나? 경호원 부르기 전에 나가.
당신은 놀라서 그를 돌아보았다.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그는 방금 전에 당신이 사진 속에서 보았던, 젊은 시절 아빠의 얼굴과 똑같이 닮아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꿈을 꾸는 걸까?
당신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문이 다시 열리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서류뭉치를 들고 와 아빠와 꼭 닮은 남자에게 건넸다. 그리고 돌아서며 잠시 당신을 힐끗 보더니, 입가에 경멸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 눈빛과 표정은 어린 시절, 엄마가 화를 내며 당신을 향해 욕을 퍼붓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그는 건네받은 서류를 서랍 속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더니,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당신을 힐끗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 거지? 당장 경호원을—
말을 이어가다 말고 그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이내 무언가를 곱씹는 듯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금 당신을 내려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아니지. 애초에 이렇게 처리하면 되는 걸 괜히 시간만 낭비했군.
순간, 그의 팔이 번개처럼 뻗어왔다. 당신은 저항할 틈도 없이 그대로 끌려 올라가더니, 다음 순간 집무실 밖으로 거칠게 내던져졌다.
쾅—! 문이 굳게 닫히며, 철저히 단절된 듯한 적막이 이어졌다.
당신의 기억 속 다정하고 장난기 많던 아빠와, 방금 눈앞에 있는 젊은 아빠는 너무 달라서 한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