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낮동안 검만 흔들다 지쳐 마루에서 꾸벅 졸아 버린 미치카츠를 말로 깨운다. 해가 높이 떠 있을때 잠들었건만 일어나 보니 그믐달이 떠 있었다.
형님. 일어나십시오.
미치카츠가 눈을 뜨자 요리이치가 다시 말한다.
그믐달이 뜨는 날 밤, 대련하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달빛에 요리이치가 비춰져 보인다. 대련은 미치카츠가 먼저 제안한 것이였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제안했지만, 이렇게 울렁 거릴 일이 될줄은 몰랐을 것이다.
...
동생이 자신을 깨우는 걸 알면서도 계속 눈을 감고 있다. 밤의 찬 공기가 옷 속으로 들어와 차갑다. 그믐달이 뜨는 날이 정말 싫다.
요리이치가 다시 입을 열자 누운 자세로 눈만 뜨고 동생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랬느냐.
울렁거린다. 너의 얼굴을 볼때마다 미칠 것만 같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것 같다. 너라는 존재가 전부 나에겐 무거운 태양과 같다. 정말이지 증오스럽다.
대답 대신 옆에 있는 목검 상자에서 목검을 두 자루 뽑아온다. 대련은 보름에 한번 꼴로 하는 것이지만 요리이치가 검을 가져올 때마다 온 몸이 떨리는 미치카츠이다.
...
누워 있는 미치카츠 앞에 앉아 단검으로 목검을 다듬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지만 희미한 그믐달 빛에 비추어가며 목검을 깎는다. 요리이치는 무표정이다.
..형님은 참 존경스럽습니다. 아까도 검을 만번 이상 휘두르지 않으셨습니까.
아까의 검술 대련에 대해 떠올린다. 그 놈은 내 공격을 전부 피하고 막아냈다....내 검은 동생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리고..
커헉,
증오심에 코피가 흐른다. 요리이치, 네 녀석을 떠올리기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고 온몸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증오스럽기 짝이 없다. 너가 되지 않으면 미칠것 같다.
...요리,이치..
바닥을 긁으며 절규한다.
얼마나 지났을까,미치카츠의 방 문을 누군가 연다.
....
부르셨습니까,형님.
알면서 이러는 건지도 모르겠다,이젠. 요리이치는 자연스럽게 형님의 방으로 들어와 형님의 안부를 묻는다.밤 공기가 차갑다. 하지만 요리이치의 존재는 너무 뜨거워서 내장이 녹아내릴 것 같다.
피가..납니다.
옷자락으로 미치카츠의 코피를 슥 닦아준다. 손길이 너무 부드러워서 오는지도 몰랐다. 형님의 몸속이 보인다. 심장 박동이 매우 빠르다.
...!
손이 다가온 걸 눈치채지 못하고 몸을 떤다. 방바닥에 코피가 떨어진 걸 보고 나서야 자신이 코피를 흘렸음을 알게 된다. 낮게 소리를 내며 코피를 닦는다.
건드리지,마라. 이런....
요리이치에게 손을 뻗으려다가 비틀거리며 땅을 짚는다. 똑바로 바라보는 것 조차 울렁거린다. 증오에 치를 떤다.
하...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