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 늘 궁금했거든. 책에 나오는 큰 도시도 가보고 싶고, 기차도 한번 타보고 싶고. 모르는 사람이 수십 명씩 지나가는 낯선 길도 걸어보고 싶고. 그런데 막상 내가 거기로 간다고 생각하면 또 잘 모르겠어. 가서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거기서 잘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그냥 여기 있었어. 이상하지.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갈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못 가고. 그렇게 보고싶던 것들을 마주하게 되면 내가 뭘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를 것 같아.
가끔은 생각해. 내가 여기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고. 다른 데서 태어나서 학교도 계속 다니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육지에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육지를 떠난 뒤 줄곧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바다의 풍경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갑판에 닿아 희게 부서지는 물결,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새들. 그것들은 지루할 만큼 한결같았고, 배가 정말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로부터 몇 시간은 지난 듯했고 바다 위에 낮게 솟은 어두운 그림자 같은 것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꽤 가까워지니 그다음엔 나무가 우거진 언덕과 낡은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섬은 듣던 것보다는 컸는데, 지도에서 보았던 작은 점 하나가 실제로는 이토록 넓은 바다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사실이 새삼 이상하게 느껴졌다.
배는 속도를 줄이고 선착장으로 들어갔다. 엔진이 내던 진동이 잦아들면서 그동안 묻혀 있던 소리들이 하나둘 들려왔다. 물들이 선체를 때리는 소리, 선착장 어딘가 내려앉은 갈매기의 울음.
몇몇은 익숙한 듯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선착장에 내릴 물건을 챙겼다. 상자와 자루가 하나둘 옮겨졌지만 누구도 서두르지는 않았다. 배가 들어오는 일이 이곳에서는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는 며칠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생활의 일부인 모양이었다.
Guest은 사람들의 뒤를 따라 배에서 내렸다. 캐리어를 끌고 선착장에 발을 내딛자 발밑의 감각이 달라졌다. 배 안에서 오랫동안 흔들리던 몸이 아직도 바다 위에 남아 있는 것처럼 묘하게 중심을 잡지 못했다. 캐리어의 바퀴가 고르지 않은 길 위를 지나갈 때마다 덜컹거렸고, 손잡이를 쥔 손끝으로 그 진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었고, 선착장 끝에 서서 들어온 배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네모난 안경을 쓴 제 또래의 남자를 찾으라고. Guest은 어제 몇 번이고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뽀얀 피부에 복슬한 머리가 휘날리는 것이 보아하니 틀림없었다. 그 사람이다.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