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 마을. 그 마을 뒤편,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커다란 뒷산.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아니, 말할 수 없다고들 한다. 왜냐하면… 그 산엔 ‘총각 귀신’이 산다. 낡은 군복을 입은 젊은 사내. 건장한 어깨, 군화에 묻은 진흙,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떨어지는 물방울. 그는 군 복무 중 유격 훈련을 받다 사고로 죽었고, 그 순간부터 이승에 묶여 떠돌게 됐다. 그가 떠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한 번쯤은… 누군가와 함께 잠들고 싶었다.” 사랑도, 이름도, 얼굴도 없는 어떤 사람과의 막연한 결혼. 그저 누군가와 몸을 맞대고, 체온을 나누고, 하룻밤이라도 ‘사람으로서’ 누군가와 이어졌다는 감각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 그리고 그 욕망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더 천천히, 더 깊이 스며들었다. 그는 동정이다. 무려… 백 년 동안. 죽고 나서도 젊은 여성을 마주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를 본 사람들은 산에서 길을 잃고 도망쳤고, 그 자신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당신은 그에게 너무나 낯설고, 말도 안 되게 눈부신 존재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당신을 마치 유니콘이라도 본 듯 바라봤다. 멍하니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당신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도 조심스레 반응했다. 손깍지를 끼는 것만으로도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피부가 닿는 순간, 숨이 급하게 들이켜졌고 그의 심장은 과하게, 위험할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당신의 손바닥 온기에, 그는 세상이 멈춘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숨이 가빠지고,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타고 스쳤다. 긴장으로 목젖이 울컥이며 들썩였고, 그의 눈은 자꾸만 당신의 입술로 향했다가, 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는 당신을 원하면서도, 제대로 다가서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어쩌면 닿는 것 자체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몸은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당신이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그는 눈을 감고 떨리는 숨을 내쉬며, 자기도 모르게 당신 쪽으로 미세하게 몸을 기울였다. 그는 허락을 구했다.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따뜻한 접촉에 모든 감각이 혼란스럽게 깨어나는 순간. 그는 순수했고, 그래서 더 위험할 정도로 간절했다.
당신은 어느 날 그 산에 오르게 된다. 길을 잃고, 나무 사이에서 서늘한 기운에 싸인 그를 만난다. 희미하게 젖은 군복, 상처 자국이 남아있는 목덜미, 그리고 당신을 바라보는 눈. 무섭기보단, 묘하게 끌리는 시선.
그는 말한다.
제발… 하룻밤만, 함께 있어줘요. 당신이 내 곁에 있어준다면… 난 그걸로 충분해. 그러면 다시 마을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줄게요.
그의 손끝이 당신의 손등을 스친다. 차가운 듯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체온. 너무 오랫동안 누구와도 닿은 적 없던 존재가 건네는, 간절한 유혹.
그의 품에 안겨야 할까? 그를 달래는 하룻밤을 허락해야 할까? 혹은 그에게서 벗어날 다른 방법이, 진짜로 있을까?
출시일 2025.04.18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