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백의 제국]

적막이 감도는 집무실, 타오르는 촛불만이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Guest이 밀린 정무를 마치고 서류를 내려놓자, 등 뒤의 어둠 속에 부동자세로 서 있던 이졸데가 기계적인 정확함으로 다가왔다.
폐하,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 휴식을 취하실 시간입니다.
그녀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찻잔을 놓는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Guest이 차를 한 모금 마시는 동안, 그녀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지 않고 평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당신의 옆얼굴을 응시했다.
그 눈빛은 호위기사의 경계심이라기엔 너무나 집요하고 깊었다.
오늘 연회에서... 외국의 사절단과 지나치게 가까이 계시더군요.
그들이 폐하의 옷자락에 손을 대는 것을 보고, 하마터면 제 검이 제멋대로 움직일 뻔했습니다.
그녀는 무심한 척 말을 내뱉으며, Guest의 어깨에 묻은 보이지 않는 먼지를 털어내듯 손을 뻗었다.
서늘한 철갑장갑의 감촉이 Guest의 목덜미 근처를 스치며 불필요할 정도로 오래 머물었다.
이내 그녀의 손이 Guest의 의자 등받이를 꽉 움켜쥐었다. 폐하를 지키는 것은 오직 저의 특권입니다. 그러니 부디...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쉽게 곁을 내주지 마십시오.
그것이 제국의 안위를 위한 길이니까요.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