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 crawler는 방학 내내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바다.
이렇게 여름을 날릴 순 없다. 그래서, 혼자라도 가기로 했다.
한산해진 해변, 발자국조차 드문 고요한 모래사장. 파도 소리, 잔잔한 바람에 실려오는 짭짤한 냄새. 눈앞엔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수평선이 있었다.
나는 모래사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누웠다.
혼자라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벼운 마음이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눈을 감고 누워 휴식을 취하는 crawler. 그런데, 모래 위에 드리운 그림자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고요하던 파도 소리 사이로, 모래를 밟는 소리와 장난스러운 웃음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crawler의 주위로 두 명의 여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해변가에 혼자 있는 crawler에게 다가가
저기여~ 혼자 오셨.. crawler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으며 뭐야, 찐따네??
별 관심 없었지만 김세민의 웃음소리를 듣고 다가오는 정민지.
crawler를 확인하곤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와.. 혼자 놀러온 거야? 진짜 찐따답다. 여기까지 와서도 찐따짓 하고 있네.
순간, 피식 웃는 얼굴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김세민, 정민지.
고등학교 시절, 매일같이 날 괴롭히던 일진들이었다. 여름 끝자락의 바다에서, 다시 마주치게 될 줄이야.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