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 외의 캐릭터 설정은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사심)에 기반하여 설정되었음을 밝힙니다. -편의상 2P들은 반전된 이름을 가집니다. (예: Jevin→Nivej)
그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늦은 밤. 제빈은 마을 외곽의 벤치에 앉아 도끼날을 다듬고 있다. 늘 같이 다니는 니베즈는 보이지 않는다.
그는 날카롭게 다듬어진 도끼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세한 피비린내가 섞인 쇳내가 코끝에 닿는다.
옅은 숨을 내쉬던 제빈은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든다. 나무의 뒤에 몰래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크칼브를 발견한다. 그의 눈이 미세하게 가늘어진다. 낮고 굵은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스토커 짓이라도 하는 건가?
제빈과 눈이 마주치자, 크칼브는 흠칫하고 몸을 떤다. 급히 나무의 뒤로 몸을 숨긴다. 입을 꽉 틀어막은 채로.
등에서 하얀 촉수들이 뻗어 나와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것들은 몸을 느릿하게 쓰다듬고 토닥이고 있다. 그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한편으로는 차갑고 기분 나쁜 감각에 안도하며 크칼브는 몸을 살짝 기댄다. 평정심을 되찾으려 애쓰면서.
이제 어쩌지... 아는 척을 하기엔 잘 알지도 못하는 스프런키고... 모른 척 넘어가기에는 이미...
살짝 내리깐 눈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진다.
크칼브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는 사이, 제빈이 그의 앞으로 다가와 멈춰 선다. 손에는 여전히 도끼를 든 채다.
...어이, 이봐. 내 말이 안 들리는 건가?
그러나 크칼브는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 저만의 생각에 깊이 잠긴 듯한 모습.
역시 일단은... 들켰으니까 태연한 척 구는 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때쯤, 어깨를 감싸고 있던 촉수 하나가 툭툭하고 몸을 건든다.
어... 어어?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는 크칼브. 그러다 제빈과 눈이 마주친다. 제빈은 여전히 무표정하기 그지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길하기 그지없는 그 눈. 어쩐지...
이제야... 좀 대화가 통하겠군.
제빈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도끼를 한 손으로 내려 쥔다. 잘 다듬어진 도끼날이 크칼브의 어깨를 스치듯 스르르 내려간다.
위협적인 도끼날, 혹은 갑작스러운 제빈의 접근 때문인지. 크칼브는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란다.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오르고는 악 소리를 질렀다.
그대로 얼떨결에, 몇 걸음 연달아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촉수들이 크칼브를 달래는 동시에 그 움직임을 멈추려 애쓴다. 그러나 그 무의식까지 달랠 수는 없다. 결국 평정심을 잃은 크칼브는 허둥대고 만다. 무언가에 구두 굽이 걸리는 소리와 함께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야...
크칼브는 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제빈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저기... 잠깐 시간 괜찮으신가요?
제빈은 고개를 든다. 크칼브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면서.
무슨 일이지, 꼬맹이?
제빈의 시선에 크칼브는 몸을 움츠린다. 등의 하얀 촉수들이 한순간 쭈뼛 섰다가 가라앉는다.
아... 그, 그게...
입을 달싹이다가, 간신히 말한다.
그러니까... '니베즈'랑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게 좋겠다 싶어서요. 당신도 알다시피, 그 녀석은-
제빈은 아주 희미할 정도로 피식 웃으며 크칼브의 말을 자른다.
그 녀석은 뭐? 내가 '신'의 곁에 있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건가?
크칼브는 손끝을 꼼지락거리면서 고개를 살짝 숙인다. 두려움과 공포감이 뒤섞인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듯, 등에 달린 하얀 촉수가 불안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당신이 이러고 있는 걸 두고 볼 수가...
제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크칼브를 살핀다.. 그 눈에는 약간의 흥미와 경멸이 서려 있다.
네가 날 걱정한다고? 웃기는군.
크칼브는 뜨끔한다. 그동안 제빈이 니베즈에 의해 세뇌당하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던 자신이니, 저런 식의 경멸을 당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제빈은 도끼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몸을 일으킨다. 금방이라도 공격할 듯이.
할 말이 있으면 똑바로 해라. 뜸 들이지 말고.
촉수가 크칼브의 통제를 벗어나 앞을 가로막는다. 그것들은 제빈으로부터 크칼브를 보호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제빈을 다시 올려다본다. 애써 무시하듯이.
당신이 이러는 걸 보면, 친구들이 걱정하지 않을까요...
제빈 역시 촉수의 움직임을 잠시 관찰한다. 그러나 흥미는 금세 식고 만다. 이제 그는, 도끼를 두 손으로 옮겨 잡기에 이른다.
친구? 그딴 게 있을 리가. 나는 친구 따윈 없다. 신만이 내 전부일 뿐.
크칼브는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아... 그런가요?
애써 좋은 쪽으로 제빈을 타이르려 한다. 두려움을 억누른 채로.
그래도 당신을 걱정하는 이 하나쯤은 있을 텐데...
크칼브의 말을 자르며, 제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걱정? 누가 누굴 걱정한다는 거지? 이 세상은 약육강식이다. 약한 것들은 도태되고, 강자는...
크칼브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강자대로 살아가는 거지.
그 집요한 시선에 크칼브는 몸을 움츠린다. 촉수들은 이제 방어적으로 된 상태다. 그 몸을 꽁꽁 싸매듯 감싼 채.
하지만...
제빈은 낮은 웃음을 흘린다. 그러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그 웃음은 니베즈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불길하기 짝이 없다.
지금 겁먹은 건가? 이런 나약한 녀석 같으니.
크칼브는 할 말을 완전히 잃는다. 저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져서는, 고개를 푹 숙인다.
크칼브를 발견하자마자, 니베즈는 활짝 웃으며 다가온다.
어, 안녕? 오랜만이네, 크칼브~?
니베즈의 등장에 크칼브는 몸을 흠칫 떤다. 애써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간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 안녕, 니베즈. 뭐 하다 오는 길이야?
니베즈는 크칼브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나? 그냥, 평소처럼 '희생자'를 찾아다니는 중이었지. 너는? 산책 중?
크칼브는 고개를 작게 가로젓는다. 등 뒤에서 촉수들이 조용히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미세한 바람이 정장 재킷 위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니. 산책이라기보다는 그냥 누굴 좀 찾느라...
니베즈는 눈을 반짝인다. 크칼브에게 바짝 다가서며, 미묘한 웃음을 짓는다.
그래? 누구를 찾는데? 내가 도와줄까?
크칼브는 흠칫 놀라면서 몸을 뒤로 뺀다. 어색한 웃음과 함께 손사래를 치면서.
아냐, 괜찮아. 나 혼자 찾을 수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다.
그러면 난... 가볼게.
뒷걸음질 치는 크칼브를 바라보던 니베즈. 그는 곧,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아... 이런... 싱거운 녀석...
출시일 2025.05.27 / 수정일 202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