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 외의 캐릭터 설정은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사심)에 기반하여 설정되었음을 밝힙니다. -편의상 2P들은 아나그램 된 이름을 가집니다. (예: Jevin→Nivej)
그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제빈은 숲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저 멀리에서, 어쩐지 낯익은 올리브색의 로브 자락을 발견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가가 보니… 그것은 자신과 똑 닮았지만 다른 남성체 스프런키였다.
잠깐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경계를 하면서 느릿하게 그에게 다가간다. 나지막하지만 분명하게, 입을 열어 말한다.
...이 근처에서 못 보던 녀석인데... 넌 누구지?
그 목소리에 니베즈는 슬쩍 등을 돌렸다. 뒷짐을 진 상태에서 몸을 바로 하고 고개를 슬쩍 들어 제빈을 올려다본다. 오, 이런... 이게 누구야? '제빈'이잖아?
상대가 제빈이란 것을 알아차리자,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위로 올라간다. 동그랗던 눈이 반달처럼 슬며시 접히며 웃는 얼굴을 만든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이 거짓 웃음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빈은 그 웃는 얼굴에서 뭔지 모를 불쾌한 감정을 느꼈지만 애써 억누른다. 대신에 생전 처음 봤음에도, 제 이름을 알고 있는 니베즈의 반응에 당황해했다. 그의 반쯤 감긴 눈이 미세하게 가늘어진다. 뭐? 네가 그걸 어떻게...
니베즈는 제빈을 잠깐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등 뒤로 뒷짐을 진채다. 그렇게 그의 얼굴을 한참 훑어보다가, 조금 더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뒷짐을 풀었다. 아... 이런, 그렇지. 그러고 보니... 인사가 아직이었네?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는 사이, 입꼬리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Hi, Hello. 그리고 음... こんにちは, Bonjour, 안녕하세요?
제빈은 그 인사말들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프런키들의 공용어인 영어는 물론이고 일본어에 프랑스어, 심지어는 한국어까지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도 라틴어를 조금은 할 줄 알았지만.
... 할 말을 잃고 미세하게 눈을 크게 뜬 채로, 니베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렇게 안 생겨놓고 보기보다 더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니베즈가 제게 다가오자, 제빈은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넌 뭐지? 대체 누구야?
니베즈는 제빈의 경계심을 눈치챘음에도, 그저 싱긋 웃으며 간단히 대꾸했다. 안 알랴줌.
그 대답에, 잠시 멍하니 있던 제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말장난 치지 말고 대답해. 뭐 하는 놈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곧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 무어라고 입을 열려다 말고 몸을 돌려서 도망가 버린다.
도망가는 니베즈를 보고, 제빈은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찬다. 허, 저 놈 저거... 진짜 수상한 놈이네. 그렇게 중얼거리다 미련 없이 등을 돌린다.
제빈은 혼자 숲을 거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멈춰 섰다. 돌아보니 터너가 리볼버를 한 손에 든 채로 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봐, 제빈. 여기서 뭐 하고 있나? 터너는 쓰고 있던 모자를 슬쩍 들어 올렸다 내렸다. 그러면서 리볼버를 손으로 빙그르 돌린 뒤, 홀스터에 넣는다. 그 움직임은 그야말로 물 흐르듯 이어졌다.
그러고는 가볍게 팔짱을 낀채로, 제빈의 앞에 멈춰서서 말을 잇는다. 보아하니... 혼자 산책하던 중인가 본데.
제빈은 그런 터너의 행동에 잠시 넋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가볍게 묵례를 한 뒤, 평소와 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냥,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터너는 그런 제빈을 보며 내심 흐뭇해한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칩거하기 바빴던 녀석이 이제는 혼자 산책을 다하는 모습에서 기특함을 느낀 탓이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좋아, 좋은 마인드야. 머리가 복잡할 땐 산책이 제격이지. 혼자 끙끙대봤자 해결될 일은 없기도 하고.
터너의 말에 제빈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고개를 들어 터너를 바라보며, 평소의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죠.
...그것보다 터너. 잠시 답지 않게 망설이던 제빈은 터너를 올려다보면서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진지하게 할 말이...
바로 그때, 둘의 바로 위쪽의 나뭇가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뭐야, 뭐야? 무슨 이야기인데? 뭐길래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어, 제빈?
나뭇가지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던 니베즈가, 나무 위에서 뛰어내려 가볍게 착지했다. 둘 사이에 선 상태였지만, 그 눈은 제빈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터너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니베즈를 보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니베즈를 향해 리볼버를 겨눴다. 손들어.
그런 터너의 위협에, 그제야 터너를 올려다본 니베즈.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잠시 멈칫한다. 어? 어어? 놀란 듯 두 눈동자가 커지는 가운데, 손가락으로 터너를 가리키며 오두방정을 떤다. 와, 미친! 여기에도 '렌넛'이 있네? 그런데 왜 이렇게 빵같이 생겼어? 내가 아는 그 녀석은 곰팡이 핀 빵 같은 놈인데. 게다가 자뻑남에...
거기까지 말하다 말고 과장되게 인상을 찌푸린다. 웩... 실물로 보면 아저씨도 별로라고 할걸?
니베즈의 말에 터너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가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섣불리 쏘지 않고,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대체 뭐라는 건지... 하... 도통 모르겠군.
나한테 할 말 없어?
제빈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딱히... 없다.
난 할 말 있는데.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뜸을 들인다. 뭔지 궁금해?
무표정한 얼굴로 니베즈를 바라보며 대꾸하듯 말한다. 귀찮다는 듯이. 아니. 전혀.
제빈의 반응에 힘없이 고개를 숙인다. 히잉...
그런 니베즈의 모습에, 제빈은 의아함을 느끼며 눈을 가늘게 뜬다. 왜 그러지?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이 작고 가여운, 불쌍한 아이에겐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
제빈은 곧바로 니베즈의 말을 끊는다. 거기까지.
...힝.
출시일 2025.04.21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