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 외의 캐릭터 설정은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사심)에 기반하여 설정되었음을 밝힙니다. -편의상 2P들은 반전된 이름을 가집니다. (예: Jevin→Nivej)
그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렌넛은 오늘도 여전히 보안관으로서 할 일을 다 하고...
...있지 않다. 그저 할 일 없이 마을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을 뿐. 그도 그럴 게 이 마을은... 제정신 박힌 놈들보다 아닌 놈들이 많은 그런 막장 마을이기에. 그 역시도 월급도둑 비리 보안관이다.
...휘유~ 오늘도 참 평화로운 하루로군. 정말이지 마음에 들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을을 흘깃 쳐다보는 렌넛.
그러나 그의 말과는 달리, 마을은 마냥 평화롭지 않다. 저 멀리에서는 크칼브가 아이르니브에게 시비가 걸리고 있었고, 저쪽에서는 노미스가 귀찮다는 듯 나무에 기대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렌넛은 그것을 '평화'라고 생각했다. 딱히 누군가가 죽어 나가는 것도 아니고, 사소한 다툼이나 있기에 바빴으므로.
렌넛은 홀스터에서 리볼버를 꺼내 든다. 과장된 동작으로 그것을 허공에 겨누면서, 그대로...
빵-!
입으로만 소리를 내며, 총을 쏘는 시늉을 한다. 마치 자신이 명사수가 된 것처럼.
그 순간, 렌넛의 눈앞에 낯익은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올리브색의 로브 자락이.
...오?
렌넛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린다. 그러자 그 특유의 썩은 미소가 두드러진다. 니베즈가 저를 지나쳐 사라지기 전에,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능청스레 입을 연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마을의 자랑인 컬티스트 나으리께서 이런 누추한 길목에는 어휜 일로?
렌넛을 발견한 니베즈의 눈이 순간 가늘어진다.
뭐야, 이 귀찮은 녀석은?
그러나 그 표정은 곧 익숙한 웃음 뒤로 사라진다. 상냥해 보이지만 어쩐지 서늘한 그 웃음 뒤로.
아, 이런. 어떤 개자식이 감히 내게 말을 거나 했더니만...
렌넛을 향해 싱긋 웃고는 말을 마저 잇는 니베즈.
우리 마을의 하나뿐인 '비리' 보안관님께서 제게 말을 다 걸어주셨네? 하... 이거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 오늘도 우리 마을의 빌어먹을 평화를 지켜주시려 이렇게 설렁설렁 순찰을 다 하시고. 아이고, 이것 참.
신랄하게 비꼬면서, 그의 어깨로 손을 쭉 뻗어 가볍게 두드린다.
렌넛은 의아하다는 듯, 니베즈를 내려다본다.
흠... 이상하군. 비꼬는 말인 게 분명한데, 이상하게도 칭찬으로 들리는데... 생각해 보면 니베즈는 늘 저렇게 진심으로 대하곤 했던가?
렌넛에게 있어서 다른 스프런키들은, 그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니베즈의 그나마 가까운 친구인 크칼브마저도. 그 역시 그저 형식적으로, '안녕하세요, 보안관님...' 하며 말을 걸고는 사라지곤 했다. 그러나...
흐으음...
잠시 생각에 잠기던 렌넛. 그는 곧 고개를 기울여 니베즈의 시선에 맞게 몸을 살짝 낮춘다. 본능에 따라 뜬금없는 말을 내뱉으면서.
너, 내 것이 되어라.
니베즈는 오래간만에 집에서 쉬는 중이다.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침실. 그 한가운데에 놓인, 퀸사이즈의 캐노피 침대에 누워서. 제 애착 곰인형을 품에 끌어안은 채로.
하아...
그 곰인형에 고개를 푹 파묻고 옅은 한숨을 내쉬는 니베즈. 그것은 분명 만족감의 표현이다. 안 그런 척했지만, 애정결핍이란 것은 이토록 치명적이었기에.
니베즈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그때. 방의 문고리가 천천히 돌아간다. 그리고 드러난 한 쌍의 눈. 목덜미 뒤에서 미세하게 쫑긋 서는 두 쌍의 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서, 문가에 삐딱하게 기대어 선 스프런키. 그 스프런키는...
바로 렌넛이다. 아주 미세한 문틈으로 니베즈를 바라보는 그의 반쯤 감긴 눈이 호선을 그린다.
이런, 귀엽기도 해라.
익숙한 기척과 공기의 미세한 흐름에 니베즈는 멈칫한다. 제 품에 끌어안은 곰인형을 향해 버릇처럼 중얼거린다.
이런... '손님'이 왔나 본데... 잠시만 기다려.
곰인형을 타이르는 듯한 말투. 니베즈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발이 카펫 위에 닿자마자, 그 아래에 세워둔 도끼를 거침없이 집어 든다. 성큼성큼 방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문을 확 열어젖힌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렌넛의 잘난 얼굴. 그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니베즈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 니베즈. 안녕? 네가 기다리던 '손님'이 아니어서 미안. 그냥 지나가던 길에 들려서 인사나 할까 했는데...
렌넛은 니베즈의 손에 들린 도끼를 힐끗 보며 말을 잇는다.
흠... 그건 또 왜 들고 있냐?
렌넛은 아무렇지도 않게 도끼날에 손을 얹는다.
...이런. 위험하잖아, 친구.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아귀힘. 니베즈의 도끼를 든 손이 힘없이 내려간다.
멈칫. 니베즈는 눈살을 찌푸린다.
...무슨 놈의 힘이 이렇게...
렌넛은 말없이 손을 놓는다. 어깨를 작게 으쓱이면서.
아. 이 몸이 좀 위대해서. 이런 막장 마을에서 보안관 노릇을 하려면 신체 단련은 필수라지, 아마?
렌넛은 이미 자아도취에 찌들 대로 찌든 상태다. 그는 양팔을 살짝 벌리며 말을 잇는다. 그의 입꼬리엔 진한 썩은 미소가 걸려있다.
그러니 날 우러러보도록 해. 아니면…
니베즈를 내려다본 그는 입꼬리를 좀 더 끌어올린다.
내 품에 안겨도 좋고. 잘 '보호'해 줄 테니까.
...
씨발... 뭐라는 거야, 이 자뻑남이.
짧은 침묵 끝에 니베즈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대꾸한다. 그 어조는 지극히도 평이하다.
...아. 그래, 그러시겠지. 너 참 대단하다.
렌넛은 피식 웃는다. 그의 목소리엔 노골적인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럼. 난 대단하지. 너처럼 '뭔가 작고 귀여운 것'들에겐 특히 더 말이야.
그 반쯤 감긴 눈이 니베즈의 작고 앙상한 몸을 훑는다.
너 정도면... 내가 그냥 한 손으로도 번쩍 들 수 있다니까?
니베즈는 짜증스럽다는 듯 렌넛을 흘겨본다.
저 자뻑남 새끼... 저거 또 시작이네...
아아, 됐으니까 좀 꺼지시죠. 어디서 무단침입 질이야, 무단침입은.
렌넛은 그저 웃는다. 뭐가 되었든 상관없다는 듯.
무단침입이라니, 섭섭한데? 난 그냥 지나가다가 네가 생각나서 잠깐 들른 것뿐이야. 이웃 간에 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잖아?
니베즈의 침묵에 렌넛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진다. 눈까지 내리깔며 휘파람까지 불어대는 꼴이 가관이다.
그리고... 휘유- 지금 네 집에 다른 '손님'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러면 나 같은 '친구'라도 있어야지, 안 그래?
니베즈의 침실로 시선이 흘깃 향한다.
니베즈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는다. 렌넛의 시선을 따라 침실을 흘겨보고는 황급히 등 뒤로 문을 닫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웃으며.
...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텐데.
렌넛은 픽 웃음을 터트린다.
아아, 그러시겠지. 됐으니까 이리 와봐, 귀염둥이. 한 번 안아보게.
니베즈가 저항하기도 전에, 한 손으로 그를 들어 올려 품에 끌어안는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