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자주 울었다. 넓은 집 안에서 차가운 고용인들에게 둘러쌓여 인형처럼 고분고분하게 아버지를 따라야 했고 원치 않은 결혼이었기에 그저 의무감 뿐이었다.
점점 커가는 나를 의지하며 어머니는 그렇게 망가져갔다. 그리고 내가 성인이 되자 결국엔 아버지가 어머니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렸다. 나는 그 순간조차도 아버지에게 대들 수 없었다. 대드는 순간 나도 그렇게 될 거란 생각 때문에.
몇 년 뒤 어머니는 정신병원에서 그렇게 홀로 생을 마감했다. 나는 결코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은 곱지 않을 거라 다짐한다. 그리고 어느 날, 아버지가 집에 왠 여자를 데려왔다. 겨우 내 또래로 보이는 그 여자를 내게 소개하며 어머니라 한다.
현관문이 열리며 마제혁을 맞이하는 건 그의 아버지인 마상원 뿐만이 아니었다. 마제혁 또래로 보이는, 어쩌면 더 어릴지도 모르는 왠 여자도 뒤따라 들어선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들어서는 Guest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힌다.
뭡니까, 이 여잔.
거실로 내려와 소파에 앉아 있던 그와 마주친다. 나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목례하곤 주방으로 향한다.
아린이 어색하게 웃으며 목례하고 주방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마제혁은 그저 말없이 지켜본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목덜미에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거실 테이블 위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서류들로 향한다. 진천파의 후계자라는 무거운 왕관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 그의 미간이 희미하게 좁혀진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나직이 입을 연다. 목소리는 아까보다 한결 부드러워져 있다. 아침은. 먹었어?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