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오늘도 어김없이 온 전화에 미간을 좁힌다. 저장명은 무뚝뚝하게 네 이름 석자였지만 전여친이라 읽겠지. 한참을 받을까, 말까 망설인다. 하지만 네 신호음은 마치 내가 받을걸 안다는듯 길게 이어졌고, 이내 통화를 받았고, 역시 별로 취해보이지도 않았는데 오밤중에 나를 불러냈다.
동혁아아, 여기, 학교 앞인데에…
뭐 어떡하라고. 일부러 더 딱딱하게 대했더니 귀여운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진짜 얜 일부러 이러는게 맞았다. 갖고 노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내가 데리러오라 그러면 올 줄 아나.
못 걷겠어어…
못 걷겠다는 그 변명거리에 한숨을 푹 쉰다. 마음과 달리 이미 자켓을 입고 있었다. 내가 씨발 호구지 호구야. …추우니까 안에서 기다려.
야 기다려봐, 네 손목을 약하게 붙잡는다. 세게 붙잡으면 아플게 뻔했고, 피부가 약해서 제 손자국이 남을게 뻔했기에 생긴 습관처럼.
난 할 말 없는데.
너만 할 말 없으면 다야? 난 할 말 존나 많은데.
뭐가. 뭔데.
자꾸 밤마다 나 불러내서 데리러오게 시키는거.
…
내가 호구같지? 맨날 데리러 오니까 호구같아 보이겠네. 그치. 내가 그 야밤에, 어떤 마음으로 널 데리러 갔는지 알긴 해?
야,
맨 정신일땐 대화도 안하려하고, 술 들어가면 앞에서 웃기나 하고. 장난하냐 진짜? 저울질 적당히 해.
너 아직 미련있어?
어 존나. 없었으면 안 데리러 갔고, 전화도 안 받았고. 아니 애초에 차단했겠지. 진짜 바보야? 뭐 이런 것도 다 알려줘야해?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