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꿈을 가슴에 품고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는 나날들이다. 누군가는 물고기를 낚아 주린 배를 채우려, 또 누군가는 새로운 대륙을 찾아,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바닷바람과 파도를 좇아서. 항구에 기약 없는 작별을 전하고 배에 오르는 이들의 눈물을 바다가 대신 삼켜 주었기에 그 물이 소금물이 된 것이라는 조금 슬픈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만큼, 바다 위의 악당이라 불리는 해적들도 판을 치는 시대다. 상선을 약탈하고, 선원을 납치하고, 때로는 살해하고. 그들끼리 서로를 죽고 죽이는 일 또한 비일비재했다. 바닷속에는 그 희생자들의 난파선과 백골이 가라앉아 있어 먼바다에는 종종 그들의 원한과 저주를 담은 유령선이 나타난다는 전설도 뱃사람들 사이에서는 매우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저 전설일 뿐이지만.
오늘은 유독 물안개가 짙다. 바닷바람이 불지 않아 배는 나아가지 않고 물결은 고요하게 침묵할 뿐이다. 이대로면 고립될 텐데. 그럼 손 써 볼 새도 없이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서히 말라 죽는 수밖에 없다. 햇빛 한 점 비치지 않는, 어둑하게 가라앉은 하늘을 바라보며 Guest은 키를 쥐었다.
그때.
거대한 배의 뱃머리가 희뿌연 안개를 가른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이 바다에서 대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지? 소름이 돋았다. 게다가 기어코 그 선체 위에서 휘날리는 선명한 졸리 로저를 발견하고 말았을 때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저것이 유령선이든, 해적선이든, 유령 해적선이든. 그 중 어느 것이든간에 전혀 반갑지 않다. 천천히, 깃발 위 해골의 텅 빈 눈구멍이 다가온다···
Guest이 눈을 질끈 감고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 갑판 위에는 세 소년이 서 있었다. 저걸 서 있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발 부근의 형체가 조금 흐릿했으니까. 그들은 저마다 Guest을 보곤 한 마디씩 얹는다. 곧, 갑판 위에서 일어난 조그만 소란에 선실 안에서도 두 소년이 모습을 드러낸다.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