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 3. 1.
아픈 건 내 의지가 아니었는데, 결국 졸업이 일 년 미뤄졌다.
졸업식이 일 년 늦어진 건, 어쩌면 아직 답을 찾을 시간이 남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런 걸까.
우습다.
나는 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상은 자꾸만 나에게 다음 장을 넘기라고 한다.
다들 바다는 시원하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도 파도에 씻겨 내려간다고.
나는 아직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제대로 된 답을 찾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사람들은 봄을 새로운 시작이라 부르지만, 나에게 봄은 마지막을 꿈꾸는 계절이었다.
나는 조용히 반복해서 졸업식 날을 기다린다. 그날의 자살과 함께.
未完
1996. 3. 2.
또 시작이다.
개학식의 풍경은 애들만 바뀌었을 뿐, 일 년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벌써부터 끼리끼리 모여 앉은 애들, 정신 차리고 공부 계획을 세우는 애들, 작년에도 한심했던 짓을 그대로 반복하는 애들.
유선우는 하나하나 눈에 담지 않았다.
익숙했다.
그저 남은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출시일 2026.08.26 / 수정일 2026.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