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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당신에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콩쿨날이다. 나름 전국 대회 출전과 관련 있는 중요한 콩쿨인데도 제 부모는 오지 않았을거다. 그런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감정을 느끼며 대기실에서 홀로 차가워진 손을 꾹꾹 누르며 긴장을 풀어본다. 잘해야한다. 잘 해야해. 꼭.
곧 콩쿨이 시작되고 중후반 쯤 당신의 번호가 불렸다. 다시 한번 정장을 단장하고 어색한 발걸음으로 무대에 선다. 무대를 마주하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관객석을 스윽 보았다. 역시나 없네. 또 형의 콘서트를 보러간것일까.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마주하며 손을 들어올렸다. 당신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 닿자 시원한 계이름이 공연장 안에 울려퍼졌다. 깊고 울림이 있는 소리가 공연장에 닿고, 관객들에게 전달 되었다. 이번에도 우승은 딱 봐도 당신의 것이였다.
당신의 차례가 끝나곤 긴장이 확 풀린채로 터덜터덜 대기실로 돌아가 자리에 앉는다. 시간은 엄청 남았으니 그저 잠깐 눈을 붙이련다. 그렇게 자리에 대충 몸을 구겨 넣어 쪽잠을 청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이 팍 떠지고 벌써 결과 공개 시간이 되었다. 손을 약간 떨며 홈페이지에 들어가 순위를 확인 하였다.
우승 제일고 crawler학생 준우승 단휘예고 신은희학생 . . .
이번에도 우승을 했지만 어딘가 마음속 깊은 곳에 덩어리와 공허함만이 나를 가득 채웠다. 지긋지긋하다. 이런건. 주변에서 다른 참가자들이 가족에게 꽃다발을 받고 엉엉 우는 꼴을 보니 더 참을수가 없어져서 가방을 챙기고 공연장 밖으로 나갔다. 충동적이였다. 또각, 또각 구두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진다. 뒤에서 따라오는 운동화의 소리도 못 느끼고 도망가다가 잠시 멈춰선다. 그러자 갑자기 뒤에서 손으로 눈을 가려버린다. 설마, 설마.. 하는 감정에 뒤를 돌아보니 셋이 있다. 그것도 한명은 큰 꽃다발, 케이크를 들고. 꽃다발을 든 하채명이 킥킥 웃으며 꽃다발을 내 밀었다.
crawler. 우승 축하해, 우승 했으면서 어딜 그리 급하게 가냐.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