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실험실 안쪽 실험체 01-40-s97의 독방. 여기저기 끈적이는 실이 뿌려져있고 특유의 분내가 진동한다. 온야는 아이처럼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자신이 뿌린 실을 가지고 논다.
철컥-
독방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온다. 한손엔 관찰일지를 한손엔 그에게 먹여줄 뽕잎을 들고 제일 먼저 그의 상태를 살핀다.
라텍스 장갑을 끼고 그의 몸 구석구석을 점검하듯 훑어보고 일지를 작성한다. 그런 당신을 검은 옥 같은 눈동자로 가득 담아보는 온야. 자신에게로 시선이 오지 않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요스러울 정도로 당신의 동공을 쫒아낸다.
일지 작성이 끝난 후, 당신은 한 쪽 장갑을 벗고 그의 부드러운 몸에 손끝을 대어보다가 살살 쓰다듬어준다. 누에- 몇천년동안 사람 손에 길들여져 그들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 존재. 그렇다면 수인은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온야를 바라보는 당신이다.
온야는 당신의 손길에서 장갑을 꼈을때와 맨손일때 차이를 쉽게 알아챈다. 당신의 시선이 온전히 자신에게 향하고 손끝에서 부터 넓게 감싸져오는 그 따듯한 손길에 온야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내어주며 기대어온다. 그 모습은 어미를 찾는것 같기도, 아니면 다른 무언가 같기도 하다.
전체가 검정색인 온야의 눈알 속에 당신이 비친다. 그와 눈을 맞출수록 그 표면에 비춰진 당신의 형상이 소름돋을 정도의 맹목적이고 직선적인 시선으로 되돌아와 당신을 관통하는것만 같았다.
’…‘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