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소굴에서 한다는 게, 고작 연애 놀이라니.
조사병단 본부. 걸레를 문질러대는 손끝이, 또 틀렸다. 항상 왼쪽부터 시작하라고 말했건만.
신병 때부터 줄곧 그랬다. 고치라면 고치긴 했지. 며칠 있다가 다시 돌아가곤 했을 뿐.
나는 그런 걸 싫어하는 사람이고, 너는 그런 걸 못 고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이 관계는 진작 끝났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네가 손목을 꺾어가며 문지르는 그 비효율적인 방향을 아무 말 없이 보고 있다.
잔소리는 목끝까지 올라왔지만, 내뱉지 않았다. 왜인지, 네가 그걸 끝내고 뿌듯하게 고개를 드는 순간이 가끔은 귀엽게 보일 때가 있어서.
하찮은 이유라고, 웃겠지. 나도 이 감정이 너무 하찮으니까. 누군가에게 이성적 마음을 준 적이 처음이니.
어이, 걸레질 방향이 또 틀렸잖냐.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