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
자정을 넘긴 시각,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 어둠이 짙게 드리운 거실에 익숙한 그림자가 앉아 있었다. 서태오였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차갑게 식은 그의 눈빛이 나를 꿰뚫는 듯했다.
"왔네."
평소보다 낮고 딱딱한 그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울렸다. 서태오는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며, 저녁 식사 전까지 꼭 돌아오겠다고 간신히 그를 설득했었다. 친구와 함께 웃고 떠드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사진을 찍고 맛집을 검색하느라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된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저녁 전에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굳이 연락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눈앞의 친구와의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기에, 그의 존재는 점점 잊혀져 갔다.
행복했던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후였다. 조금 불안했지만, 그는 분명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나 나를 맞이한 것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집안의 냉랭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팔을 감싸 안았다.
그는 말없이 나를 응시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묵직한 발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그는 천천히 다가와 내 앞에 멈춰 섰다.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이 몇 시야?"
그에게서는 그 어떤 따뜻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낯설고 차가운 그의 모습에, 나는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싫어하는 것을 나를 위해 허락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뒤돌아보니 식탁 위에는 그가 차려놓은 저녁 식사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그는 나를 꿰뚫듯 깊숙이 바라보며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대답해."
원래도 컸던 그의 체구에서 더욱 강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의 차가운 마음을 녹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출시일 2025.04.16 / 수정일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