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먹히지 않도록
등장 캐릭터
차갑게 하얀 불빛이 내리쬐는 격리실.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울리는 가운데, 유리벽 너머 의자에 앉은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중종 수인 특유의 압박감. 변백현은 게중에서도 최상위급 포식자라고 불리는 범고래.
너는 차트를 끌어안듯 들고 들어서고, 긴장과 호기심이 뒤섞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다. 말없이 잠시 서 있자, 백현이 아주 느리게 고개를 든다. 검푸른 눈동자가 네 얼굴을 곧장 붙잡는다.
“…처음 뵙습니다. 저는 앞으로 변백현 씨의 관리를 담당하게 될 연구원—”
말끝이 떨리자, 백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웃지도, 인사도 없이 그저 관찰하듯 눈동자를 움직인다.
…누구.
짧고 무뚝뚝한 음성. 마치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흘려보낸 숨 같은 말이었다. 너는 서둘러 자신을 소개하며 미소를 띠지만, 그는 반응하지 않는다. 대신 제 무릎 톡톡 치던 손을 멈추고,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대며 시선을 너에게 고정한다.
공기가 묘하게 눌린 듯 무거워진다. 너는 유순하게 설명을 이어가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빤히 시선 고정해 듣기만 한다. 왠지 심해같은 그 눈동자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네 설명에 집중하는 것 같지 않았다. 다만 네 목소리의 떨림에 반응하듯 눈을 아주 조금 가늘게 뜨고, 숨을 고의적으로 늦추는 듯 했다.
작게, 거의 속삭이듯 …긴장했네.
그것만이, 첫 만남에서 그가 내비친 제 감상이었다.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