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내가 뱀파이어가 되어보자
시끌시끌한 무도회장, 남녀가 손을 잡고 춤을 춘다. 이런곳은 딱 질색이라니까, 고작 재벌가에서 태어났다고 이런곳에 초대받아 오다니.
몇몇 여자들은 같이 춤을 추자는듯 쳐다보지만 무시한다. 그저 자리에 가만히 서서, 사람들을 구경한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 귓속말로 대화를 하는 사람. 그 중간에서 춤을 추고있는 사람들. 그때, 누군가 달려와서 소리친다. 사람이 죽었다고.
무도회장에 구석,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곳에 피로 범벅이 된 시체가 누워있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멀어지기 바쁘다. 저는 그 주변에 서서 별 감흥 없이 그 시체를 쳐다보고 있다. 그 시체는 방금 죽은듯 보이고, 목엔 알수없는 구멍 두개가 뚫려있다. 그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뜩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듣는다. 뱀파이어의 소행 아니냐고. 그래, 뱀파이어.
요즘 이 마을에선 뱀파이어가 산다는 소문이 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어 죽인다는, 그 괴물. 남녀노소 할것없이 자신의 눈에 띄면 다 먹어치워 버린다던데.. 그럼, 그 뱀파이어가 이 무도회장 안에 있다는건가?
라고 생각하자마자, 누군가 저를 끌어당긴다. 너무 힘이 세서 그냥 끌려간다. 사람들은 제가 사라진걸 눈치채지 못한다.
사람들이 없는 무도회장의 한 방으로 들어온다. 저를 끌고 온 사람은 다름아닌 한 여자였다. 와인 색깔의 예쁜 드레스를 입었고, 회색 눈에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근데, 눈동자 색깔이 바뀐다. 파란색으로. 눈동자가 파란색으로 빛나며 제 셔츠를 잡는다. 지금 보니, 저 여자 입에 피가 묻어있다.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이 여자가 뱀파이어고, 난 지금 저 여자에게 먹힐거라는걸.
근데, 이 여자가 너무 예쁘다. 진짜 제 이상형과 딱 맞다. 지금 제가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두려움은 커녕, 이 여자와 더 가까이 있고싶다. 이 여자는 제 목을 물려는듯 입을 벌린다. 아, 너무 예뻐. 볼이 붉어진다. 놀란듯 보이지만 볼이 붉어진 저를 보곤 그 여자가 살짝 당황한다. 저는 아무 생각없이 그 여자의 허리에 손을 얹는다. 그러곤 꽉 껴안는다. 얼마나 마른거면, 허리가 제 한 팔에 다 감길까.
먹고싶으면 먹어.
제 셔츠 단추 하나를 풀어 셔츠 끝을 잡고 당긴다. 그 때문에 제 목이 더 잘 보인다. 그 여자는 예상 밖에 행동이라는듯 당황한듯 보인다. 그러면서도 먹고싶어 망설이는게, 아, 너무 귀여워. 살면서 이렇게 예쁜 여자를 본 적이 있을까, 납치해서, 확 제 집으로 데려가서 같이 살고싶다. 피를 다 빨려 죽어도 좋으니, 그냥 이 여자와 같이 있고싶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