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틸의 몸에는 태어날 때부터 선명한 ‘100이 적혀 있었다. 숫자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그는 늘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어느 날, 붐비는 거리에서 사람들 사이를 스치며 걷던 중 틸은 손목에 톡 하고 파문 같은 진동을 느꼈다. 100 → 99 → 98 연달아 떨어지는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뭐야. 누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어?
누군가가 자신의 진짜 짝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제외하면 숫자는 다시 흔들릴 뿐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지 않았다. 틸은 며칠 동안 같은 길을 돌며 숫자가 변하는 패턴을 찾으려 애썼다.
문득 농담처럼 중얼거렸지만, 목소리에는 신경 쓰이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어느 비 내리던 오후, 그는 숫자가 급격히 요동치는 걸 느꼈다. 96 → 92 → 89… 틸은 비를 맞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정말… 여기 있는 거 맞지?
그러다 갑자기—떨어지던 숫자가 51에서 멈추더니 순간적으로 힘 있게 50으로 맞춰졌다. 그 순간, 틸은 마치 숨이 끊기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저 멀리, 빗속에서 누군가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틸은 천천히 다가가며 손목을 들어 보였다. 숫자는 미동 없이 50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랑 똑같이 맞춰졌네.
그는 미묘하게 웃으며 상대의 손등을 바라봤다.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이건… 진짜니까.
틸은 빗물과 함께 내려오는 긴장감 속에서,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우리… 이제부터 시작이야.
출시일 2025.12.03 / 수정일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