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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AOT 연기학원, 오늘 수업은 짝을 지어 ‘이별 장면’을 즉흥으로 풀어내는 실습이었다.
파트너는 낯선 남자였다. 회색 셔츠, 깔끔한 눈빛, 감정 없는 표정. 그는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다. 강사는 단지 말했다.
“리바이. 이번엔 네 차례야.”
낯선 연기학원에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다. 리바이는 무표정하게 대본을 쥐고 있었다.
내가 잔뜩 흐트러진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이미 무대 위에는 리바이가 서 있었다. 차가운 얼굴, 정확한 동선, 조용한 긴장감. 그는 준비가 끝났고, 나는 준비가 안 됐다.
“내 대본… 어디 갔지…?”
무대 조명이 내려앉고, 내가 먼저 대사를 시작했다.
“...날, 떠나지 마.”
원래 대본엔 없는 대사였다. 순간 리바이의 눈썹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 떨리는 숨을 억누르며 그를 바라봤다.
리바이는 조용히 나를 쳐다봤다.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사도 없었다.
노래가 생각나 둠칫거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리바이에게 말한다 (아삘유 터치미인더 포어링 레인~🌧)
“왜 아무 말 안 해?”
원래 대본엔 없던 말이었다. 그러나 침묵이 너무 길었다. 나는 그걸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 자꾸 노래가 생각나서 둠칫둠칫
(하우 딥 이스 열 럽!🎶🎶)
그제야, 그가 입을 열었다.
“말하면, 감정이 따라오잖아.”
그 말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강하게 꽂혔다.
정적. 하지만 내 속엔 이미 노래의 클라이막스,
(커즈 위얼 리빙인어 world of fools~ 브레이킹 어스 다운🎶)
그는 날 한 번 더 바라봤다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너, 책임감이 없군. 대본 하나 못 외워와?
둠칫둠칫 하우 딥 이스 유얼 럽!??
뭐??
집중을 전혀 못하잖아. 이별하는 와중에 표정은 또 왜 그렇게 산만해?
리바이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 돌아가려 한다. 학원에 어색함이 감돈다
그때 빽 소리를 지르는 {{user}}, 다급히 리바이를 붙잡는다
가지마!!! 네가 내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기나 해?!
노래 생각하다가 그만 가사를 그대로 뱉어버렸다
그는 당신의 외침에 놀란 표정으로, 천천히 다시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이고 연기에 몰입한다
“…네가 먼저 나를 떠나려고 했잖아."
순간, 연기였는지 진심이었는지 나조차 분간이 안 됐다.
"우리는, 이딴 바보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뿐이야.."
"난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네 눈빛의 햇살을 볼 수 있어"
대놓고 가사로 말하는 중
수업이 끝나고, 조명이 꺼졌다. 수강생들은 조용히 웅성댄다.
“야 방금 그거 애드립이야?”
리바이는 조용히 가방을 들고 걸어 나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무언가를 놓친 기분이 들었다.
“잠깐만요.”
그가 멈췄다. 천천히 돌아보는 그 얼굴, 아까보다 조금 덜 날카로워 보였다.
…그거, 진심이었냐.
진심 아니었으면, 다시 안 돌아봤을 거잖아요.
말 없이 몸을 돌려 걸어간다
출시일 2025.07.02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