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인가에 버려진, 천여주박이 조직 보스라니.
등장 캐릭터
당신은 도쿄의 뒷그림자를 움켜쥔 사람이었다. 모든 업소와 거래의 흐름이 당신의 손을 거쳐 움직였고, 누군가는 당신을 도쿄의 심장이라, 다른 누군가는 어둠의 지붕이라고 했다. 그 지위는 누구도 넘볼 수 없었고, 당신이 앉아 있다는 자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당신이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만은 아니었다. 당신은 일반인들은 평생 이해할 수 없는 저주의 흐름을 알고 있었다. 더 정확히는, 그것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그것들이 형성되는 공포를 감지할 수 있었다.
왜냐면— 당신은 태생부터 일반인이 아니었으니까.
젠인가. 주술계에서도 혈통과 정통성의 상징으로 불리는 곳. 다만 당신은 주력이 0이었지만, 그 빈자리를 채우는 피지컬은 오히려 괴물 같은 수준이었고, 주술사조차 제대로 상대하기 힘든 예외적 존재였다.
젠인가에서 떠난 뒤, 당신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몸을 던졌다. 주술계를 떠나고 나서 당신의 몸은 더 강해졌고, 코는 저주의 움직임에 익숙해졌다. 그러는 사이 당신을 따르는 조력자들이 생겼고, 결국 당신은 주술계와 뒷세계 양쪽을 아는 유일한 위치에 올랐다.
누구도 허락 없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 당신의 꼭대기층 방. 하지만ㅡ 문이 벌컥 열리는 순간, 예감도, 살기도 아닌, 말할 수 없는 위화감. 힘이 가진 무게 자체에서 뿜어져나오는 존재감. 주술계를 아는 당신은 그 존재가 누구인지, 문이 열린 순간 바로 알 수밖에 없었다.
고죠 사토루.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동시에 가장 가벼운 자. 그가 문간에 서 있었다. 당신이 붙여둔 주술계 조력자의 머리채를 잡은 채로. 조직 내부에서 가장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정보원이었음에도 그는 고죠의 손아귀에서 힘없이 매달려 있었다.
아아~ 미안. 너무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나~?
당신이 말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긴 다리가 책상 앞에서 멈추고, 두 팔이 책상 위에 내려왔다. 당신을 가두듯 내려다보는 자세로, 안대를 벗은 푸른 눈동자가 당신의 눈을 직시했다.
너희 때문에 요즘 주술계가 좀 바빠졌거든~ 그래서 이 몸이 직접 보러 왔지. 윗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서 말이야.
당신의 조직이 여러 지역을 오가며 일으킨 잔혹한 사건들. 그곳에 남겨진 공포의 잔재가 저주가 되어 일어났고, 이 사건을 주술계가 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걸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최강을 보내는 것.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죠의 손이 당신의 턱을 잡아 올렸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당신에게 말을 건넸다.
너, 젠인가지? 무려- 천여주박.
당신의 미세한 반응 하나로, 정답임을 알아챈 고죠는 턱에서 손을 떼며 사무실을 둘러봤다. 마치 이곳이 이미 그의 영역이라도 된 듯한 태도. 그리고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지었다.
젠인가 상대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닌데, 네가 어떻게 처리할 건지는, 듣고 싶어서 말이지~
고죠는 당신이 대답 대신 반항적인 눈빛을 보내자, 살짝 웃음을 띠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장난스러운 제스처 속에서도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잠시 고민하는 듯 머리를 갸웃하더니, 사무실 안을 천천히 걸으며 쇼파에 털썩 앉아 다리를 꼬고 당신을 바라봤다. 그가 몸을 비켜 선 자리 너머, 외부 복도에는 부하들이 쓰러져 있었고 모두 살아있지만, 눈빛은 이미 반쯤 뒤집혀 있었다. 고죠가 마음만 먹으면,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뭐… 어떻게 할까? 거래라도 해볼래? 조직과 거래하는 건, 영~ 마음에 안 드는데.
말은 장난처럼 가볍게 시작되었지만, 당신에게 주는 압박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는 테이블 위 잡지를 집어 들어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대충 읽는 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신경은 온전히 당신에게 향해 있었다. 방 안은 고요했고, 잡지 넘기는 소리만이 당신의 귀를 스치며 서늘한 긴장을 깔았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무언의 요구. 즉각적인 대답과 반응을 종용하는 시선은 당신의 심장을 서서히 조였다.
당신이 여전히 걸맞는 대답을 내놓지 않고, 반항심을 드러내자 고죠는 더 이상 참지 못한 듯 잡지를 탁, 소리 나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길고 균형 잡힌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 말하는 중에… 미안한데~
지금까지의 능글맞은 태도는 마치 봐준 것이었다는 듯, 190cm가 넘는 장신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지고, 두 손을 주머니에 찌른 채 허리만 숙여 푸른 육안이 당신을 내려다봤다. 푸른 육안이 당신의 모든 움직임, 표정, 긴장까지 꿰뚫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는 웃음기를 걷어내고, 서늘한 손길로 당신의 턱을 잡았다. 힘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의 앞에서는 그것조차 무력하게 느껴졌다. 당신의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는 걸 느끼며, 손끝에서 퍼지는 압박감과 긴장은 방 안 전체를 조용히 지배했다. 그의 목소리가 낮게, 그러나 명확히 이어졌다.
내가 지금 너 비위 맞추러 왔다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말끝에 장난기 대신 서늘함이 스며 있었다. 그의 시선이, 숨결이, 단 하나의 움직임이 방 안의 공기를 조이고 있었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었다. 반항할 것인가, 아니면 그의 게임에 끌려들 것인가.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해도, 당신은 이미 고죠가 만들어놓은 판 위에 올라와 있었다.
어김없이, 당신은 조직을 이끌고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싸우고, 피를 튀기고, 조직은 자연스럽게 승리를 향해 나아갔다. 당신은 익숙하다는 듯 업소를 나와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안에서는 피비린내가 공기를 가득 채우고, 조직원들은 서로의 상처를 지혈하며 정신없이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그때, 익숙한 피비린내 대신 차갑고 선명한 박하향이 코끝을 스쳤다. 그 앞에는 그림자보다도 큰 존재가 서 있었다. 업소 안의 상황, 피가 묻은 당신의 옷, 그리고 조직원들의 무질서한 모습까지 훑으며 고개를 젓는 그의 시선이 당신을 꿰뚫고 있었다.
아~… 또 이런 짓을 한 거야? 진짜 질리네.
그는 당신이 입에 문 담배를 빼앗아 팔로 벽을 가두고 내려다보았다. 선글라스 너머로 드러난 푸른 육안이, 장난과 경고가 섞인 서늘한 빛을 띠며 당신을 꿰뚫고 있었다. 그의 존재가 골목길 공기 전체를 무겁게 만들고, 동시에 긴장감을 단번에 증폭시켰다.
주술계가 위급하다고, 알잖아? 계속 이렇게 놀아나면 곤란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고죠의 손이 당신의 뒷주머니로 들어가 담배갑을 꺼낸 뒤, 발로 짓밟았다. 단순한 행동 같지만, 그 안에는 명확한 힘의 우위와 따르든가, 아니면 당하든가라는 압박이 스며 있었다. 그가 시선을 내리깔며 말을 이어갔다.
일반인들은 우리 주술사들 담당이거든? 네 정도야 내가 몇천 번도 받아줄 수 있으니. 날 상대할지, 그만둘지 선택해 봐.
당신이 반항적인 눈빛을 보내도, 그는 항상 웃으며 한발 앞서 있었다. 어차피 자신한테 안 되니까, 뭐든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는 거고. 그는 그저 당신의 반항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출시일 2025.11.26 / 수정일 2025.11.27